지난해 '칸타빌 수유팰리스' 미분양 물량, 2억원대 매입
원희룡 "내 돈이었다면 이 가격에 임대주택 안샀을 것"
주변 시세 아닌 '원가 수준' 이하로 매입가격 책정 계획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질타에 LH가 매입임대사업 주택 가격 산정 기준을 변경하기로 했다. 사진=이태구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질타에 LH가 매입임대사업 주택 가격 산정 기준을 변경하기로 했다. 사진=이태구 기자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고가 매입 논란을 빚은 서울 성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등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매입임대사업의 주택 매입가 산정 기준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18일 LH는 민간이 준공한 주택을 매입할 경우 주변 시세가 아닌 원가 수준 이하로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LH는 이번 매입임대사업 제도 개선안을 통해 준공주택 매입가격이 당초 대비 20~30%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매입임대사업은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LH가 다가구 등 기존 주택을 매입하거나 사전 약정을 통해 신축 주택을 매입해 취약계층에게 임대를 주는 공공사업이다.

LH는 지난해 해당 사업의 일환으로 준공 후 미분양 상태인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의 전용면적 19~24㎡ 36가구를 가구당 2억1000만~2억6000만원 규모로 매입했는데 너무 높은 가격에 매입해 논란을 빚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올 1월 LH의 매입과 관련해 “매입임대제도는 기존 주택을 매입해 주거취약계층에게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임대하는 주거복지제도”라며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분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운용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금이 아닌 내 돈이었다면 과연 지금 이 가격에 샀을까 이해할 수 없다. 국민 혈세로 건설사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꼴”이라며 “이한준 LH 사장에게 그동안 진행됐던 LH 매입임대사업 전반에 대해 감찰하도록 지시했다. 감찰과 동시에 전면적인 개혁방안 제시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원 장관이 호통치자 LH도 급하게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LH는 매입임대 매입가 산정 방식을 개선해 민간이 건설한 준공주택을 매입할 경우 주변 시세가 아닌 원가 수준 이하로 매입가격을 책정할 계획이다.

토지비(감정가)에 건축비(공공건설임대 표준건축비)를 더한 금액에서 감가상각비를 제외하기로 했다. 신축매입 약정 주택은 LH가 민간사업자의 건축예정 주택을 사전에 약정을 맺고 준공 뒤 매입하는 것인 만큼 감정평가금액으로 매입가격을 매길 예정이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와도 협업해 주택원가와 시장 변동성, 거래사례 정확도 등 사업 특성을 반영한 ‘매입임대 전용 감정평가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평가실무에 적용해 고가 매입을 방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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