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왕' 전세사기 사건으로 3명 잇따라 극단적선택
임대인 요구로 보증금 올렸는데… 거주 건물 경매로
소액임차인 전세금 기준 초과해 최우선변제금 제외
정부 비판 거세져… "지금 피해자들 위한 대책 필요"

인천 미추홀구에서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으로 피해자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인천 미추홀구에서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으로 피해자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최근 인천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18일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2시 12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한 주택에서 30대 여성 A씨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사망했고 그의 집에서는 유서가 발견됐다.

당시 A씨 지인이 퇴근 후 그의 집에 들렀다가 쓰러진 A씨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그는 전세사기 피해를 입어 경찰에 신고를 접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원인과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A씨는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로 알려졌다. 그는 2019년 9월 보증금 7200만원을 주고 전세계약을 맺은 뒤 2021년 9월 임대인의 요구로 보증금을 9000만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거주하던 아파트는 전세사기 피해로 지난해 6월 전체 60세대가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

지난 14일에는 26세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건축왕으로부터 오피스텔 보증금 9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다. 사망하기 며칠 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2만원만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 요금 6만원도 제때 내지 못해 단수 예고장도 받았다. B씨는 인천 남동공단 등지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2019년 6800만원 상당의 오피스텔을 마련했다가 2021년 8월 재계약 때 임대인의 요구로 전세금을 9000만원으로 올려줬다. B씨가 거주하던 오피스텔도 지난해 경매로 넘겨졌다.

30대인 C씨는 올 2월 전세사기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의 지인은 C씨가 연락을 받지 않자 집에 찾아갔고 문이 열리지 않아 112에 신고했다. 경찰 등이 강제로 문을 열고 진입해 C씨의 사망을 확인했다.

C씨는 7000만원에 달하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그가 거주했던 빌라는 2011년 주택 근저당권이 설정됐고 현재 임의 경매에 넘어간 상태다. C씨는 소액임차인 전세금 기준(6500만원)을 초과해 최우선변제금도 보장받지 못했다.

이처럼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오늘 새벽 또 한 분의 전세사기 피해자가 세상을 등지며 벌써 세 명째 희생자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동안 국민들이 목숨을 끊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대책은 예방에만 편중, 피해자를 위한 대책은 아니었다”며 “전세사기를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역시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들에 대한 실효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너무 가슴 아픈 비극이다.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보낸다”며 “정부는 4차례, 6개 분야, 22개 전세사기피해 대책을 세웠다. 더 보완할 게 없는지, 대책들이 실효성 있게 수요자들에게 스며드는지 점검하고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건축왕으로 알려진 60대 D씨는 공인중개사 등과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 소재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의 전세 보증금 125억원을 세입자들에게 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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