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조선사, 친환경 기술·납기 신뢰성으로 점유율 반격
미국 입항 수수료 정책 따른 중국 조선사 리스크 부각
4조원 프랑스 대형 발주전, 패권 향방 가를 분수령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글로벌 컨테이너선 시장을 장악해온 중국의 독주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최근 한국 조선사들이 친환경 기술과 납기 신뢰도를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려 ‘패권 전쟁’의 판도가 뒤집힐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86.6%에 달했던 중국의 컨테이너선 시장 점유율은 올해 들어 51.2%까지 크게 하락한 반면 한국은 38.2%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이 같은 판도 변화는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수요가 줄고 컨테이너선 발주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프랑스 해운사 CMA-CGM이 발주를 추진 중인 4조원 규모의 2만 TEU급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12척 수주전은 한·중 조선사 간 패권 전쟁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중국 ‘초격차’서 점유율 하락으로
지난 수년간 중국 조선사들은 저가 수주와 대규모 물량 확보를 통해 컨테이너선 시장을 압도했다. 2023년 기준 클락슨리서치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2만 TEU급 이상 컨테이너선 시장의 86.6%를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중국 국영 조선공사(CSSC), 헝리중공업, 양쯔장조선 등 주요 조선소들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대형 선주사들의 주문을 대량으로 수주했다. 중국의 경우 2억3000만달러(약 3200억원) 수준의 초저가를 제시하며 시장을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업계에서는 일부 조선소가 2억700만달러(약 2900억원)라는 ‘파격가’로 입찰에 참여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유럽의 친환경 규제 강화, 기술 고도화 요구 증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중국 조선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중국 건조·운항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책(톤당 최대 50달러, 2028년까지 단계적 인상)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선주사들의 중국 선박 기피 현상도 감지된다.

◆韓 조선, 기술력·신뢰성으로 반격
한국 조선 3사인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중국과의 ‘저가 경쟁’을 피해 기술력과 납기 준수율을 앞세우며 차별화에 성공했다. 특히 이중연료 엔진 적용, 친환경 LNG 추진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CMA-CGM과 1만5500TEU급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12척(약 3조7000억원) 건조 계약을 체결하며 신뢰를 입증했다. 이번 2만TEU급 발주에서도 HD현대중공업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사들은 높은 기술력과 신속한 납기, 미국 등 서방시장에서의 신뢰도라는 무기를 갖췄다”며 “미중 갈등과 미국의 규제 강화 속에서 한국산 선박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균형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스위스 MSC는 지난달에도 중국 조선소 5곳에 2만TEU급 컨테이너선 20척 발주를 재개하는 등 중국 조선업에 대한 선호를 보여줬다. CMA-CGM 역시 이미 중국 양쯔장조선소에 10척의 2만4000TEU급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을 주문한 바 있다.
이는 가격 경쟁력과 대량 생산 역량을 갖춘 중국 조선업의 힘이 아직 건재함을 시사한다. 글로벌 선주사들은 비용 절감과 납기, 품질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전략을 취하며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발주를 분산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컨테이너선 건조가는 2022년 6월까지 LNG운반선에 비해 낮았지만 최근 역전 현상이 뚜렷하다. 2023년 6월 기준 컨테이너선 건조가는 2억6850만달러, LNG 운반선은 2억6400만달러 수준이다. 올해도 컨테이너선이 2억7300만달러, LNG 운반선이 2억5500만달러로 고부가 선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흐름 속에 프랑스 CMA-CGM의 4조원대 대형 수주전은 시장의판도를 다시 그릴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 [단독]밀착하는 한·미 조선업…美 하원, '존스법 동맹국 예외' 발의
- K조선 빅3, 상반기 영업익 3조 육박…"글로벌 점프, 이제 시작일뿐"
- 'LNG 드라이브' 한화오션, 북미 운반선·아프리카 FLNG '투트랙' 시동
- [CEO투데이] '마스가'로 존재감 과시한 한화 김동관의 실전 리더십
- [통상협상 타결] 증권가 본 업종 영향은? 조선업 ‘훈풍’ㆍ자동차·반도체 ‘먹구름’
- [통상협상 타결] 한숨 돌렸다…수출 살리고, 조선 등 투자로 화답
- HD현대, 국내 해운사와 'AI 자율·친환경 선박 기술' 공동 개발
- 글로벌 해운 운임 9주 연속 하락…1400선까지 밀려
- 삼성 EPC 3사 '2025 콘테크 공모전' 개최
- 삼성중공업, 美 비거 마린과 해군 MRO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 '마스가 박차' 한화, 미국 필리조선소에 50억달러 투자
- HD현대삼호, 다국어 안전수칙 포켓북 제작… 현장 안전 강화
- 삼성중공업, 세계 첫 'MSR 추진 LNG운반선' 기본 인증 획득
- 美中, 틱톡 매각 큰 틀 합의…19일 트럼프·시진핑 통화
- 한화오션, '오션하모니' 개최… 홍경민·왁스 출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