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지역 연간 4.7억개 제품 생산 가능, 글로벌 진출 지원
미국 제조업 '인력난·교대 근무 체계 운영' 등 잠재적 우려
화장품 화학물질 경계… RMP 제출·정기검증 등 필수 과제
펜실베이니아 폐수 규제 까다로워… 지역사회 협력 해결해야

펜실베이니아주 콜마 USA 제2공장 전경. 사진=한국콜마 제공
펜실베이니아주 콜마 USA 제2공장 전경. 사진=한국콜마 제공

[서울와이어=고정빈 기자] K뷰티 대표주자로 꼽히는 한국콜마가 미국 현지 2공장 가동을 예고하며 북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현장 인력 관리 문제와 환경규제 준수 여부가 향후 사업 안정성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 2공장 가동으로 트럼프 관세 우회 전략

20일 한국콜마에 따르면 전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미국 본토에 콜마USA 제2공장(2공장)이 준공돼 지난달부터 본격 가동됐다. 현재 글로벌 브랜드를 중심으로 수주를 진행 중이다.

한국콜마는 제2공장 준공에 따라 미국 현지에서만 연간 3억개에 달하는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에 K-뷰티 기업은 물론 글로벌 화장품사들도 최근 이슈가 된 미국 수출 관세 부담을 현지 생산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2공장은 연면적 1만7805㎡ 규모로 연간 약 1억2000만개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기존 1공장과 합치면 연간 약 3억개의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된다. 캐나다 법인까지 더하면 북미 지역 전체에서 연간 약 4억7000만개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제2공장은 최근 미국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기초스킨케어와 선케어 화장품을 집중적으로 생산한다. 색조 화장품 생산 중심의 기존 1공장에 더해 이번 제2공장 준공으로 색조, 기초스킨케어, 선케어 제품까지 미국 내에서 전 품목 ODM 생산이 가능해졌다.

한국콜마는 관세 부담 없이 미국 진출을 원하는 K뷰티는 물론 북미, 유럽, 남미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원하는 고객사들의 다양한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며 협업 체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콜마가 미국 2공장 성공을 위해서는 노무 리스크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전망이다. 사진=한국콜마 제공
한국콜마가 미국 2공장 성공을 위해서는 노무 리스크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전망이다. 사진=한국콜마 제공

◆ 2공장 인력 수급·운영 복잡성 우려

이처럼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한편 아직 미국 현지에 녹아들기에는 아직 리스크가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공장은 자동화율 80%에 달하는 생산 시스템과 인공지능(AI) 기반 품질 모니터링 등을 도입하며 세종 공장의 효율성을 미국 현지에 이식했지만 현대화된 시스템에도 노무리스크는 불가피한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제조업 전반에 걸친 인력난과 교대 근무 체계 운영의 복잡성은 노무 관리의 잠재적 장애물이다. 향후 인력 수급, 근로시간 관리, 임금 수준 등에서 노사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현지 노동법과 노조 활동이 활발해 원천 방식의 인력 공급 및 관리를 둘러싼 노조 요구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직접 교섭(direct dealing) 권리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본사와의 관계 설정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제조 현장에서 노동력 확보와 근로 조건 조율이 원할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위반과 과로 논란, 품질·안전 사고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

미국 OSHA(산업안전보건청)는 사업장 내 안전을 법적으로 보장하며, 건설기계, 화학물질·전기 설비 등 잠재 위험 요소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기업은 머리 보호대, 안전장비 제공뿐 아니라 위험 요인 제거 또는 경감을 위한 구조적 변경을 해야 한다.

실제 미국 주택 제조업체인 Cavco는 추락 방지 미비와 내부 안전시설 부실, 유해 화학물질 보호 조치 부족 등으로 수차례 OSHA의 경고를 받았다. 미국 BLS(노동통계국)는 제조업에서의 작업 관련 재해로 사망률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한국콜마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의 주요 공급사이기에, 노동권 침해 혹은 불공정 노동 관행에 대한 논란과 안전관리 문제 등은 소비자와 투자자, ESG 평가 측면에서 곧바로 영향받는다. 이에 노무 리스크와 미국 제조업 특유의 노동법, 구조적 장벽을 반드시 넘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환경법을 명확히 규제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는 나라로 꼽힌다. 이에 한국 콜마도 환경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할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
미국은 환경법을 명확히 규제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는 나라로 꼽힌다. 이에 한국 콜마도 환경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할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

◆ 환경 강력 규제·지역사회 대응 압력 커져

미국은 환경 규제를 명확히하고 있는 나라다. 화장품 제조공정은 단순한 혼합과 포장 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원료에는 보존제와 용매, 계면활성제 등 화학물질이 다수 포함될 수밖에 없다.

미국 청정 공기법(Clean Air Act) 112조에 규정된 기준에 따라 일정량 이상의 유해 화학물질을 다루는 시설은 사고예방과 응급 대응 계획이 담긴 위험관리계획(RMP)를 미국 환경보호국(EPA)에 제출해야 한다.

최근 개정된 RMP 규제는 기후 변화·자연재해 대응, 제3자 감사, 사고 원인 분석, 공개 정보 확대 등을 강화하고 있다. OSHA는 고위험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시설에 대해 PSM(공정안전관리) 프로그램을 의무화하고 있다.

과거 뉴저지주의 한 화학공장은 암모니아 누출 사고를 은폐했다가 EPA 조사로 50만달러가 넘는 벌금을 부과받았다. 2공장에 위치한 펜실베이니아도 석유화학·정유 시설이 밀집한 지역이라 규제기관의 모니터링이 강화된 주로 꼽힌다.

한국콜마 2공장이 취급하는 원료 중 유해화학물질로 분류되는 성분이 포함될 경우, RMP 제출과 정기 검증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청정 공기법은 VOCs(휘발성유기화합물)와 HAPs(유해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엄격히 제한한다. 화장품 원료 저장 및 혼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페인트, 세정제, 향료 산업과 동일 범주로 규제된다.

2023년 캘리포니아에서는 한 뷰티 제조사가 VOC 기준치를 초과한 향료 배합으로 적발되어 수십만 달러의 벌금을 낸 사례가 있다. 한국콜마가 미국 내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려면 VOC 관리 설비 설치 및 배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펜실베이니아주는 Clean Water Act(수질보전법)에 따른 폐수 배출 규제가 까다롭다. 화장품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에는 계면활성제, 염료, 향료 성분이 포함돼 처리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하천 수질 오염으로 직결된다.

지난해 델라웨어주에서는 한 퍼스널컬러 제품 공장이 폐수내 PFAS(불소화합물)가 기준치를 초과해 지역 주민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EPA는 PFAS를 규제대상 유해물질로 지정해 한국콜마도 원료와 부산물에 성분이 포함되지 않도록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미국 환경 소송은 단순히 규제 위반에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들의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펜실베이니아도 환경 문제에 민감한 편이라 2공장 역시 악취와 소음, 폐수 문제가 불거질 경우 지역 언론 등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히 법적 문제를 넘어 기업 이미지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콜마의 미국 2공장은 북미 ODM 시장에서의 성장을 위한 핵심 거점이지만, 동시에 환경법 리스크의 집약지이기도 하다. 결국 2공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무 리스크는 물론 환경법을 얼마나 철저히 준수하고 지역사회와 어떻게 협력하는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은 단순 규제 준수 외에도 지역사회와의 상생, 환경 안전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폐수·폐기물 처리, 탄소배출 저감 등 선제적 ESG 투자가 장기적으로 소송 위험을 줄이고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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