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한도 상향·신용사면 도입…소비자 안전망 강화
보험금 지급·실손 전산화 추진…보험·카드 권익 확대
저축은행 PF 정리·MG손보 계약 승계…시장 안정 강화
취임 100일, 이재명 정부의 금융 개혁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금융권의 이자 장사 비판과 상생금융 요구, 금융감독 체계 개편, 세제 강화 논쟁까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정책 명분과 시장 현실 사이의 간극을 짚고,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2금융권이 가장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소비자 안전망 강화와 저축은행 PF 부실 정리, 전자결제 시장 관리 강화까지 동시에 추진되면서 업권 전반의 ‘새 판짜기’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 소비자 안전망 강화, 2금융권 기조 바꾸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소비자 권익 확대다. 그간 2금융권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저축은행 예금자보호 한도는 20여년 넘게 5000만원에 머물러 있었고, 카드 수수료 부담이나 보험금 지급 지연 문제는 수년째 반복돼 왔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사후 땜질식 대응이 이어지면서 신뢰 회복이 더뎠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 정부 출범 이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먼저 예금자보호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면서 저축은행과 보험·캐피탈 이용자의 불안을 줄였다. 2001년 외환위기 이후 20년 넘게 동결돼 있던 한도를 시대 현실에 맞게 조정한 것으로, 저축은행 부실 사태 때 반복되던 ‘뱅크런’ 위험을 완화하고 금융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조치라는 평가다.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신용사면’ 제도도 시행됐다. 연체액 5000만원 이하의 채무자가 연말까지 전액 상환하면 신용정보 기록이 삭제돼 금융 정상거래가 가능해진다. 전체 대상자는 324만명에 달하고, 이 중 상당수가 카드·캐피탈 등 2금융권 이용자다. 정부는 이를 통해 서민·영세 자영업자의 재기를 지원하고, 금융소외 계층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보험권에서는 소비자 권익이 전면으로 부상했다. 그간 보험업계는 법인보험대리점(GA)을 통한 과다 판매와 보험금 지급 지연 등 불건전한 영업 관행이 누적되며 민원이 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보험금 지급을 제때 이행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판매 과정의 불투명성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뿐만 아니라 내달부터 시행되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2단계는 의원급 의료기관과 약국까지 청구 범위를 확대해 소비자가 종이 서류를 직접 제출하지 않고도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대형병원 중심으로 제한됐던 전산청구가 생활 밀착형 의료기관으로까지 넓어지면서, 소비자 편의성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카드업계에서는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한 변화가 추진되고 있다. 그간 카드 수수료 체계가 영세·중소 가맹점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 정부 출범 이후 시행된 우대 수수료 인하 정책은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려는 조치로, 연 매출이 낮은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PF 부실 정리·계약 안정…2금융권 체질 개선 속도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재편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2금융권 전반의 제도와 관행을 정비하고, 각 업권별 누적된 부실을 털어내 관리 체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불안 요인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먼저 저축은행 업권의 가장 큰 과제였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은 정상화 펀드와 부실채권(NPL) 자회사 설립을 통해 속도감 있게 털어내고 있다. 상반기에만 1조 원 넘는 자산을 정리하며 다수 저축은행이 흑자로 전환했고, 하반기에도 5차 펀드가 예정돼 있다.
정상화 펀드는 부실채권을 일괄 매입해 회수 부담을 덜어주고, NPL 자회사는 상시 관리 체계를 마련해 업권 스스로 체질 개선에 나설 수 있게하면서 지난해 연체율 급등으로 뱅크런 우려까지 제기됐던 불안은 진정됐고, 재무구조 전반도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PF 부실 정리 과정에서 개발 자금 공급이 위축되고, 중·저신용자 대출 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저축은행이 지역 기반 금융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부실 털기와 함께 새로운 대출 공급 모델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서민금융진흥원 등과 연계해 대체 금융 공급망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MG손해보험 부실 사태가 마무리 국면을 맞았다. 재무 건전성 악화로 신규 영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가교보험사 제도’를 발동해 소비자 보호에 나섰다. 이달 초 MG손보의 약 122만건의 계약과 보험금 청구권, 미지급 보험금, 계약 관련 권리, 자산 전부 등이 예별손보로 이전됐다.
이를 통해 계약자들은 보험금 지급 지연이나 상품 해지 같은 불편을 겪지 않고 기존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간 경영 불안으로 중단 우려가 제기되던 고객센터와 온라인 시스템, 대리점망 역시 차질 없이 인수돼 민원이나 혼란도 최소화됐다. 특히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등 일상생활과 직결된 상품의 청구·보장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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