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가격 역전 현실화…日 오늘부터 관세 15%인데 한국은 25%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16일(현지시간)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일본산 자동차가 15%의 관세를 적용받는다. 반면 한국산 자동차는 최종 관세 타결이 미뤄짐에 따라 25%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이 일본 대비 10% 높은 관세를 부담하기 때문에 조만간 자동차 가격이 역전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날 미국 연방관보에 따르면 일본산 자동차는 무역협정에 따라 관세가 15%로 인하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부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했다. 이에 대한 근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다. 

일본은 전날까지 기존 2.5%의 관세에 25%의 새로운 관세를 더해 27.5%의 관세를 물고 있었으나 정식으로 15% 관세가 발효되며 부담이 한층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아직 미국과 큰 틀에서 무역협정을 맺자고 했을 뿐, 세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최종 타결이 완료되지 않았다.

특히 최근 미 조지아주(州)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 이민당국이 급습해 한국인 300여명을 구금한 사건이 벌어져 한미 간 협상 동력이 급격히 얼어붙은 형국이라 언제 타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주에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직접 뉴욕으로 건너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담판을 벌였지만 소득 없이 귀국했다.

한미 관세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일본 토요타·혼다·닛산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현대차·기아는 관세 차이로 인해 다소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일각에서는 한국차 가격이 일본차를 앞지르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본다. 

업계에서는 한국 25%, 일본 15% 관세를 적용했을 경우 현재 미국에서 2만6900달러선인 현대차 쏘나타가 3만3625달러 수준으로 상승하는 반면, 경쟁 모델인 토요타 캠리는 2만8400달러에서 3만2660달러로 증가해 쏘나타 가격이 캠리를 앞지르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기아는 관세로 인해 이미 막대한 부담을 지고 있다. 지난 2분기에만 각각 8282억원, 7860억원이 관세 관련 비용으로 지출됐다. 이마저도 현대차·기아가 전략적으로 미국 재고를 소진하는 등 오롯이 반영된 수치가 아니기 때문에, 3분기에는 더 많은 관세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25% 관세를 부담하는 상황에서 가격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일부 전가할 수밖에 없고 가격 상승으로 미국 내 경쟁력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3분기까지 25% 관세가 유지될 경우 이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분이 현대차의 경우 1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SK증권은 “관세 영향으로 현대차는 올 3~4분기 영업이익이 대략 1조원, 8272억원씩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기아는 같은 기간 7634억원, 6156억원 영업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