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업체 출고 대기, 지난달보다 1~3개월 늘어
고환율에 수출 중심 생산으로 국내 대기 늘었다는 주장
해외서도 출고 대기 이어져, 생산 스케줄 따라 반도체 배분

신차 출고 지연이 계속되면서 고환율 상황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수출시장 중심으로 반도체를 배분해 생산한 결과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신차 출고 지연이 계속되면서 고환율 상황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수출시장 중심으로 반도체를 배분해 생산한 결과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박정아 기자] 계속된 신차 출고 지연으로 소비자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출 중심의 반도체 배분과 판매 전략이 국내 수요 대기를 더 길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인기 차종의 경우 출고 대기 기간이 최대 20개월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반떼와 싼타페 하이브리드(HEV)는 이번 달에 계약 시 20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지난달보다 2~3개월 대기 기간이 길어졌다.

같은 그룹의 기아 쏘렌토 HEV도 18개월 이상 대기해야 하고 제네시스도 GV70은 15개월 이상, G80은 10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역시 지난달 대비 1~3개월 출고가 지연됐다.

르노코리아자동차의 경우에는 지난달보다 1~2개월이 지연된 최소 3개월, 한국지엠 쉐보레는 최소 2개월의 대기 기간이 소요된다.

좀처럼 줄지 않는 출고 대기에 최근 완성차업체의 국내 판매도 주춤한 상황이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합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 감소한 10만5091대를 기록했다. 반면 수출은 일제히 늘어나 53만3653대를 판매하며 지난해보다 15.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일부에서는 고환율 상황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수출시장 중심으로 반도체를 배분해 생산한 결과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산차 제조사가 수출시장 판매에 집중하면서 내수는 뒤로 밀려 출고가 더욱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반도체 대란으로 신차가 늦게 나오는 게 아니라는 주장의 글이 올라왔다. 환율이 높아지면서 제조사들이 의도적으로 수출 물량을 늘려 해외 판매 실적이 증가하고 국내 출고는 늦어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시각에 대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난은 세계적인 현상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신차 인도까지 상당 기간 대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반도체 배분은 내수와 수출 기준이 아닌 공장에 따라 이뤄지며, 해외 판매분은 해외 공장에서 납품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판매 고사양 제품의 경우 차종에 따라 들어가는 반도체 개수도 많아 수급난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차종별로 부품이 다르고 수급 상황도 달라 복합적인 요인이 반도체 공급과 차량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며 “최대한 대기 기간을 줄이기 위해 생산 스케줄에 맞춰 전략적으로 반도체를 배분하며 타사 대비 빠른 출고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 관계자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 공급 여건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 국내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낄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생산 스케줄에 따라 고객 인도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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