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를 확인한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제공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를 확인한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세계은행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잇단 금리 인상이 내년 세계 경제를 파괴적(devastating) 침체로 몰고 갈 수 있다"고 15일(현지시간) 경고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맞서기 위해 긴축에 나서면서 금융시장에 긴장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은행은 "내년에 약간의 타격만 입어도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며 세계 3대 경제 축인 미국, 중국, 유로존의 경제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경제는 1970년 이래 가장 가파른 속도로 침체에 빠지고 있다. 특히 소비자 신뢰도는 과거 글로벌 경기침체보다 더 급격하게 하락한 상황이다. 

주요 중앙은행들이 긴축에 나서면서 세계 곳곳에서 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올해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지난 50년 동안 목격한 적 없을 정도로 단합해 일제히 금리를 올렸다"며 "내년에도 이러한 추세는 이어질 것 같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글로벌 경제의 모멘텀(동력)이 약해졌다"며 많은 국가들이 이미 침체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신흥국의 금융시장과 개발도상국의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올해 일련의 공격적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은 40여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시작하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뛰었고, 생활비가 급등하며 위기가 촉발됐다.

세계은행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선 각국 중앙은행이 2021년 평균보다 이미 2%포인트 인상한 것 외에 추가로 2%포인트를 더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봤다. 다만 전세계적 금리인상이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겠지만 중앙은행들이 대부분 목표하는 2%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경고했다.

특히 이 수준으로 금리를 올릴 경우 금융 시장에 상당한 부담을 주면서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023년 0.5%로 둔화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기술적 정의를 충족하는 것이다. 

또 이같은 조치가 인플레이션을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망 혼란과 노동시장에 대한 압력이 해결되지 않는 한 에너지를 제외한 글로벌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2023년에 약 5%에 달할 수 있어서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5년 평균의 두 배에 맞먹는 수준이다.

맬패스 총재는 인플레이션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지출 억제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생산을 늘릴 수 있는 더 많은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긴축적 통화정책에만 의존하지 말고 취약계층을 구제하는 미세한 지원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 확대는 생산성과 자본 배분을 개선한다"며 "이는 빈곤을 줄이고 성장하는 데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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