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방사선 등 해외학위 취득, 원전 전문성 갖춰
지난 정부에선 '탈원전' 비판, '원전생태계' 부활 책임자
세일즈맨 자처, 이집트·체코 원전사업 수주 선봉장으로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이 지난 3일 체코, 폴란드 신규원전사업 관련 공유를 위해 마련된 ‘팀코리아 공동협력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수원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원자력발전 수출 선봉장으로 나선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이 취임 약 3개월 만에 구체적 성과를 잇달아 냈다.

이집트 엘다바지역 원전건설 사업 수주로 한국형 원전 수출에 재시동을 걸었고, 더 나아가 유럽시장 수출 문도 활짝 열었다. 업계는 황 사장이 원전 분야 외길을 걸어온 만큼 전문성을 앞세운 세일즈 전략이 먹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원전 ‘한 우물’… 국내 최고 권위자로 우뚝

1956년생인 황 사장은 서울대학교에서 원자핵공학을 전공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아 공과대학에서 원자핵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방사선과, 방사성폐기물분야의 해외 박사학위를 딴 인물로 원전 관련 최고 권위자로 손꼽힌다. 

1991년부터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를 맡으며 산학 간 경계를 허무는 데도 주력했다. 이러한 활동을 높이 평가한 이명박 정부는 그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에 앉혔다.

이후 원전안전자문위원장,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이사장, 한국원자력학회 원자력이슈위원회 위원장 등도 역임했다.

특히 황 사장은 지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당시엔 이를 공론화하는 데 앞장서는 등 원전 산업계 부활에 남다른 책임감을 보였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인 탈원전을 비판하는 에너지 전공 교수 230명의 반대 서명도 이끌었다.

올해 열린 대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대선캠프에 전격 합류하며 새로운 에너지정책 수립에 관여했다. 한수원과 인연은 2018년 혁신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내면서 맺게 됐고, 성장을 도왔다.  

그는 마침내 올해 8월 정부 관료 출신이 도맡았던 한수원 사장으로 선임됐다. 황 사장은 대항마로 거론됐던 이종호 전 한수원 기술본부장과 경쟁을 펼쳤지만, 탈원전 정책 반대와 원전 전문가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원전 안전은 우리의 생명이다. 최상의 안전 수준으로 원전을 운영하겠다. 원전 수출 10기를 목표로 해외시장을 개척해나가자” 황 사장이 취임식 때 밝힌 포부다. 그는 이와 함께 원전산업 경쟁력 제고, 미래성장 기반 강화, 신성장동력 창출을 약속했다. 

황 사장은 약속 실현을 위해 취임 후 해외출장을 떠나 관련 업계 관계자를 잇달아 만나며 적극적인 한국형 원전 세일즈를 펼쳤다. 이집트를 직접 찾아가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 수주라는 결과도 만들어냈다.

황 사장(가운데)이 올해 8월 취임 뒤 고리원자력본부를 찾아 현장경영을 펼쳤다. 황 사장이 고리1호기 터빈룸에서 직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한수원 제공
황 사장(가운데)이 올해 8월 취임 뒤 고리원자력본부를 찾아 현장경영을 펼쳤다. 황 사장이 고리1호기 터빈룸에서 직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한수원 제공

◆원전 해외수출 일선에서 지휘 

한수원은 해당 프로젝트에서 3조원 규모의 기자재 공급과 시공사업 등을 따냈다. 러시아 원전업체 로사톰 중심으로 이뤄지는 사업으로 한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주 무산 위기가 돌았지만, 황 사장이 발로 뛴 만큼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2009년 아랍에미레이트(UAE) 바라카 원전사업 수주 이후 13년 만에 원전 수출이자 황 사장 취임 후 불과 한 달도 채 안 돼 이뤄낸 성과다. 그는 이집트에서 엘다바 원전 2차 건설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귀국한 지 이틀 뒤 곧장 국내 사업장으로 달려갔다.

황 사장은 울진 한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해 주요 현안과 신한울 3, 4호기 건설 계획을 점검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그는 현장에서 “계속운전, 차세대 원전 기술 확보 등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현장 경영을 이어가겠다”며 “앞으로도 해외사업 수주에 발로 뛰겠다”고 언급했다.

이 말은 공언이 아니었다. 황 사장은 올 9월 폴란드와 체코 정부 각료들과 원전 수출을 논의하면서 국내 원전의 강점을 집중 부각했다. 정부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황 사장을 후방에서 지원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한수원이 지난달 31일 폴란드 민간발전사 제팍(ZE PAK)과 국영 전력공사(PGE)와 원전 개발과 관련 협력의향서를 체결하면서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240km 떨어진 남서부 도시인 퐁트누프에 한국형 원자로 APR1400 최대 4기가 들어설 전망이다.

유럽시장에 수출 판로가 마련된 셈이다. 원전 업계는 폴란드 원전 수출이 국내 원전 생태계 재건을 앞당길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사업으로 기술 이전 부담은 덜하고, 속도는 국가 중심으로 진행되는 사업보다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경쟁국의 견제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황 사장이 가진 전문성과 한국형 원전에 대한 강점은 이미 세계에서도 인정하고 있다”며 “해외 수주는 물론 국내 원전산업 전반에 활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지난 3일 폴란드와 체코 사업에 대해 업계와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폴란드 신규 원전사업 협력의향서 체결로 우리 원전은 유럽 진출에 한 발 더 다가섰다”며 “원전 수주 목표 달성을 위해 팀코리아가 하나 돼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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