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위기 롯데건설, 그룹 차원 '전방위 지원' 이어져
단기적 숨통은 열려… 롯데 전반 재무적리스크는 상승
롯데케미칼, 일진머트리얼즈 인수금 조달 영향에 촉각

롯데지주 등 그룹 본사가 위치한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타워. 사진=롯데그룹 제공
롯데지주 등 그룹 본사가 위치한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타워. 사진=롯데그룹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대형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려온 롯데그룹이 최악의 위기와 마주했다. 시작은 자금난에 처한 롯데건설로부터 시작됐다. 롯데 측은 당장 위기 상황은 해소됐다고 보지만, 업계 안팎에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사태에 파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으로 이어졌다. 이에 회사는 대출 만기 연장과 차환에 어려움을 겪었고, 자금난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롯데건설의 최근 상황을 두고 유동성 위기라는 말까지 나돈다.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는 임기 4개월이 남았지만,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계열사 위기는 롯데그룹 전반으로 퍼졌다. 올해 정기인사까지 미뤄졌다.

현재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이 되는 모습이다. 롯데건설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은 유동성 지원을 위해 1조10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앞서 6000억원 가량을 투입한 데 이어 추가 자금 투입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선택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까지 나서 자금난을 겪는 롯데건설에 사재 11억원을 투입하는 결정을 내렸다. 롯데건설 측도 지난달 18일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한 데 이어 롯데케미칼에서 5000억원을 차입했다. 

이달에는 롯데정밀화학과 롯데홈쇼핑에서 각각 3000억원과 1000억원을 3개월간 차입하기로 했다. 단기적으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에선 그룹 전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사진=롯데케미칼 제공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사진=롯데케미칼 제공

동박업체 일진머트리얼즈를 인수하기로 한 롯데케미칼 자금 부담이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인수자금 조달에도 난항을 겪게 될 가능성도 크다.

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4일 연 3.0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인수금융 시장 금리도 현재 연 8~9% 수준에서 연 10% 이상으로 오를 전망이다. 경기침체 등 대외환경 불안으로 기업 입장에선 대출 금리 인상 부담은 상당하다. 

설상가상 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는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그룹 주요 계열사 신용등급을 각각 ‘AA+등급’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적자를 내는 해외사업을 철수하는 선택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며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지속 들고 가기엔 재무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장기적으로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트리얼즈 인수를 마친 뒤 추가 투자를 단행하려면 유동성 위기가 우선으로 해소돼야 한다고 본다. 롯데케미칼도 이례적으로 지난 21일 유상증자 등에 대한 컨퍼런스콜을 열었다.

당시 강종원 재무회계부문장(상무)은 “롯데건설의 대여금은 3개월 만기의 대여다. 만기일은 1월18일자”라며 “현재까지 만기 연장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사측은 유상증자 결정 관련 롯데건설 지원 목적보단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 재편 시점에 맞춘 선제적 투자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고부가제품과 친환경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회사는 이와 함께 50조원의 매출과 5조원의 영업이익 달성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시장에 의구심은 여전하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기준 영업손실은 4239억원이다. 차입금은 지난해 말 2조5458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5조6244억원까지 뛰었다. 재무적 리스크를 떠안은 롯데가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이 내년 4조1000억원(동박 2조4000억원 등)의 설비투자(CapEx)금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유상증자는 현재 부진한 실적과 높아진 재무 부담을 고려해 자금 확보가 불가피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지소재사업 성장과 본업 회복에 초점을 둬야 하지만,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와 자회사 자금 지원 등으로 재무 부담이 확대된 상황에 자금 조달에 대한 리스크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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