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자금시장 경색'에 현지 합작사 무산
유럽 전기차시장 성장 정체 가능성 등 작용
미·중·헝가리 투자, 기존 계획대로 진행할 듯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SK온이 미국 3위 완성차업체 포드, 튀르키예 대기업 코치그룹과 튀르키예에 짓기로 한 4조원 규모 배터리 합작공장 계획을 철회했다. 잇따른 금리인상 등으로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이 포드와 튀르키예에 건설하기로 한 배터리공장은 미국 내 블루오벌SK에 이은 두 번째 합작으로 추진됐다. 양사는 이를 바탕으로 유럽 전기차시장 공략을 가속할 계획이었으나, 고금리에 따른 자금시장 불안으로 결국 무산됐다.
앞서 이들 기업은 합작공장 설립을 위해 지난해 3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2025년부터 연 30~4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양산을 시작해 유럽 전기차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계획이었다.
투자금액만 3조~4조원 규모로 예상됐다. 하지만 합작공장 추진엔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등 녹록지 않은 상황과 유럽 전기차시장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이에 양사는 MOU를 최근 철회했다.
업계에선 이번 튀르키에 합작공장 무산 이후 SK온이 현재 추진 중인 해외공장 증설 계획도 전면 재조정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서 열린 가전·정보통신(IT) 박람회 CES2023 참석을 위해 출장 중인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이와 관련 “공표해놓은 숫자대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투자 계획에 대해서 추가 철회나 재조정 가능성에 선을 그은 셈이다. SK온도 목표로 삼은 올 4분기 흑자전환을 위해 북미 합작공장 설립을 비롯한 중국, 헝가리 프로젝트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미국 현지 투자를 위한 실탄은 확보해 둔 상태다. SK온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에서는 총 2조8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외부 자금 수혈이 어려워진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이 가세해 숨통을 틔웠다.
업계 관계자는 “SK온의 기업가치 극대화와 흑자전환을 위해선 수주잔고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공장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생산능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으로 중국 옌청 2공장·헝가리 이반차공장 등의 양산 계획까지 보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어 “SK온이 글로벌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전기료가 폭등해 전기차시장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보이는 유럽보단 친환경차 수요가 꾸준히 성장 중이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가 예상되는 미국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회사의 설비 신증설 투자로 배터리 생산량은 2020년 20GWh에서 2021년 40GWh으로 2배 늘었다.
SK온의 미국과 중국, 유럽 등의 증설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생산량은 2025년 220GWh에서 2030년까지 500GWh로 확대되는 등 글로벌 전기차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기지를 보유하게 된다.
- 시속 100㎞로 달리던 기아 전기차, 순식간에 '0㎞'… "배터리 배선 불량"
- 국내 배터리 3사, 시장점유율 하락에도 미소… 이유는?
- [산업 이슈 픽] 배터리 삼총사, 내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
- SK이노, 차세대 전기차 관련 솔루션·신제품… 다음달 CES2023에 총집결
- LG엔솔, 오창 배터리 생산공장 신증설에 '4조원' 투자
- 서울시, 노원구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추진… 재건축 속도 높인다
- SK온이 포기한 튀르키예 배터리공장, LG엔솔이 짓나?
- 지주사 전환 대기업 집단 총 15곳으로 확대
- SK온, 켄터키치킨 본고장에 포드와 세계최대 배터리공장 건설 '순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