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범죄 처벌 수위 약해… 중형 선고하는 곳으로 보내야
미국 법원, 70조원대 '폰지' 사기범에게 징역 150년 선고한 적도
국내선 테라·루나 증권성 인정 법적근거 미비, 미국은 이미 인정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4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에 있는 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4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에 있는 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테라·루나 폭락’ 사태 주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가운데, 미국서 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미국의 경우 경제범죄에 중형을 선고하기 때문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24일 몬테네그로 당국에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권 대표가 어디로 송환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권 대표 혐의가 여러 국가에 걸쳐 있어 각 나라별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몬테네그로 경찰은 그를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구금했다. 미국 뉴욕 남부 연방지방검찰청은 권 대표를 인터넷 뱅킹을 이용한 금융사기·시세조작·상품사기·증권사기 등 8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싱가포르 경찰은 권 대표가 800억원대 가상화폐 사기를 저질렀다고 보고 수사에 나섰다. 한국 검찰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그를 추적해왔다. 

권 대표가 어디에서 재판을 받느냐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질 수 있어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내 루나·테라 코인 공식 피해자 커뮤니티에서는 권 대표의 국내 송환을 두고 찬반 투표가 진행됐다. 27일 오전 9시30분 기준 투표 참여자 67명 중 74.6%(50명)가 ‘미국으로 인도돼 처벌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피해자들은 댓글에서 “한국은 대륙법 체계로 형량이 낮다. 형량이 높은 영미법 체계인 미국에서 재판을 받아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한국은 10년 정도 징역이지만 미국은 종신처럼 감옥에서 죽을 수 있다”는 등 의견을 밝혔다.

가상자산 전문 분석업체 원더프레임 김동환 대표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처벌받는다면 벌금 얼마를 대충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피해규모가 400억달러니까 한국 돈으로 한 52조원 정도, 최소 52조원 정도의 벌금을 물게 할 걸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테라·루나의 증권성 인정 여부가 재판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테라·루나가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인정된다면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을 투기 상품으로 보고 자본시장법에 따른 제재를 가한 적이 없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권 대표를 미 연방 증권거래법상 사기 및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뉴욕 연방지법에 제소하면서 증권성을 인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선 검찰이 테라·루나를 증권으로 보고 권씨를 수사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는 아직 미비하다. 권 대표가 증권성 인정을 두고 법리상 다퉈볼 수 있어 한국 송환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경제범죄에 중형을 선고하는 점도 피해자들이 권 대표를 미국으로 송환 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 법원은 과거 70조원대 ‘폰지’ 사기범에게 징역 150년 형을 선고한 적도 있다. 지난 26일 (현지시간) AFP는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개인투자자 수천명이 권 대표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 줄을 섰지만, 전문가들은 그의 암호화폐 ‘테라’에 대해 일찌감치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라고 지적해왔다”고 보도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미국에서는 8가지 죄명으로 기소됐는데, 권도형이 저질러 놓은 범죄가 52조원 정도의 사기라면 적어도 100년 이상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권 대표의 국적이 한국이고 관련 공범 수사도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어 몬테네그로 당국과 협의해 현지 사법절차를 마치는대로 한국으로 송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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