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사업특성에 맞는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 필요
바이오·헬스케어사업부문이 전체 매출액의 90% 넘게 차지
다음 목표는 HLB 대표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FDA 허가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생명연장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담대한 목표를 향해 성장하되 안주하지 않겠다.” 진양곤 에이치엘비(HLB) 회장이 최고경영자(CEO) 메시지에서 한 말이다.
HLB의 글로벌 바이오기업 도약을 위해 선박부문을 떼어내기로 결정한 진 회장은 최근 선박부문 물적분할에 성공했다. HLB를 바이오전문기업으로 새롭게 출범시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HLB 대표 신약인 리보세라닙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포부다.
◆바이오부문 매출, 2021년 기점으로 선박 앞질러
지난달 20일 HLB는 ‘완전 바이오 기업’ 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오는 19일 분할기일을 거쳐 선박사업부인 에이치엘비이엔지(HLB ENG) 분할 절차를 마무리한다. HLB는 바이오·헬스케어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전환되며, HLB ENG는 비상장법인으로 HLB의 100% 자회사가 된다.
진 회장은 지난 2월 바이오 사업특성에 맞는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선박부문 물적분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바이오·헬스케어사업부문이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도 물적분할 결정 이유로 풀이된다.
HLB사업부문은 선박과 바이오·헬스케어로 나뉜다. 바이오·헬스케어부문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을 기점으로 선박부문을 넘어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HLB 선박부문 매출액은 423억원, 바이오·헬스케어 매출액은 138억원을 보였다. 2021년 HLB 선박부문 매출액은 257억원으로 늘었으나, 바이오·헬스케어 부문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배가 늘어난 440억원을 기록해 선박부문을 앞질렀다.
지난해 바이오·헬스케어부문의 매출액은 1618억원으로, 전체 매출 1797억원의 90%가 넘는다. 진 회장은 2008년 바이오사업에 뛰어든 후 14년 만에 바이오부문을 매출 1600억원을 웃도는 사업부로 일궈냈다.
◆리보세라닙 글로벌 권리로 안정적 수익 확보
진 회장과 바이오의 만남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은행원으로 일하던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직장을 잃었다. 이후 호프집을 열었지만 쫄딱 망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차에 은행 융자부 근무 경험을 살려 경영 컨설팅 회사를 차렸다. 직원 20여명의 작은 컨설팅업체는 기업 체질을 개선하는데 성공하면서 입소문이 났다.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경영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처음으로 인수한 회사는 구명정 제조업체 현대라이프보트였다. 이후 인수합병(M&A)을 통해 하이쎌과 이노GDN(현 HLB)을 사들였다.
이노GDN 인수로 진 회장은 바이오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노GDN이 투자한 회사 중 하나가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을 개발하던 미국 LSK바이오파트너스(현 HLB 종속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였다.
당시 조선업 불황으로 운영자금이 빠듯했던 이노GDN은 LSK바이오파트너스 투자 중단을 고려하던 중이었다. 진 회장은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LSK바이오파트너스 경영진으로부터 표적항암제와 개발과정 등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바이오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었으나, 경영진과 연구개발 담당자들의 열정을 높이 산 그는 투자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그의 판단은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로 이어졌다. HLB는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권리를 통해 매년 중국 항서제약 리보세라닙(중국명:아파티닙)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받고 있다. 진 회장은 항암제 외에도 체외진단 기기 등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며 국내 대학병원 등에 납품하면서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했다.
선박부문 물적분할에 성공한 진 회장의 다음 목표는 리보세라닙의 FDA 허가다. 리보세라닙은 종양 내 신생 혈관 형성에 관여해 혈관 내피세포 성장 인자 수용체 2(VEGFR-2)를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경구용 표적항암제다.
HLB는 이달 중 FDA에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할 계획이다. 캄렐리주맙과 병용요법으로 간암 1차 치료제 임상3상을 마쳤다. 항암제분야에서 직접 글로벌3상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NDA를 진행하는 것은 HLB가 최초다.
업계 관계자는 “HLB 리보세라닙은 임상적 효능이 입증된 약물 중 하나로, 최근 간암 1차 치료제 글로벌3상 결과를 발표한 뒤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FDA 허가를 받게 되면 바이오 펀드들의 유입 등 투자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또 한번의 도전을 선택한 진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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