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민생 1호 과제는 물가안정 대책
라면 커피 초콜릿 맥주 등 도미노 가격인상
'에그플레이션'으로 추가 인상 가능성 여전
정부, 가격담합·원자재 비용·유통구조 등 점검

대형마트 라면 코너에서 직원이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형마트 라면 코너에서 직원이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새 정부가 민생 1호 핵심 과제로 물가 안정 대책을 내세우면서 식음료·외식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식품 외식업계는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정국 등으로 어수선했던 지난 6개월 동안 도미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52개(71.2%)의 물가지수가 계엄 사태 직전인 2024년 11월 대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콜릿(10.4%), 커피(8.2%), 양념 소스·식초·젓갈(7%) 등의 품목 인상이 두드러졌다.

정부는 9일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를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와 합동으로 업계의 가격 담합 여부, 원자재 비용 구조 등을 전방위로 점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라면업계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TF 회의에서 “물가가 국민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고 있다”며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인가”라고 라면값을 콕 집어 지적했기 때문이다.

농심, 오뚜기 등 주요 기업은 지난 6개월 밀가루·팜유 등 원재료 가격 상승과 환율 인상을 배경으로 라면 가격을 평균 7~10% 인상했다.  농심은 지난 3월 신라면과 새우깡 등 라면과 스낵 17종 가격을 평균 7.2% 올렸고 오뚜기는 라면 16개 출고가를 평균 7.5%, 팔도는 비빔면 등의 가격을 4~7% 올렸다.

라면 가격 상승은 분식집 등 외식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분식 프랜차이즈 고봉민김밥과 김가네에서는 일반 라면 가격대가 매장에 따라 4500∼5000원으로 형성됐다. 일반 분식집에서도 대체로 일반 라면은 4500원이고 떡이나 치즈가 들어가면 5000원 수준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라면은 1년 전보다 6.2%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9%)의 3배 이상을 기록했다.

라면뿐 아니라 커피, 우유, 초콜릿, 아이스크림, 맥주 등도 지난 6개월간 일제히 올랐다.

동서식품은 커피류 가격을 지난해 11월 8.9% 올린데 이어 지난달 7.7% 올려 반년 새 20% 가까이 인상했다. 롯데웰푸드도 올들어 과자,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의 가격을 인상했으며 카카오 국제 시세 상승을 이유로 초콜릿 ‘크런키’는 1년 새 40%이상 급등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달 54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5% 인상했고 hy는 '야쿠르트 라이트' 가격을 220원에서 250원으로 올렸다. 빙그레는 지난 3월 붕어싸만코 등 아이스크림, 5월엔 요플레 가격을 올렸다.

오비맥주는 지난 4월 카스와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 출고가를 평균 2.9%, 하이트진로는 5월 테라와 켈리 등 맥주 출고가를 평균 2.7% 인상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는 지난달말부터 커피 권장 판매가격을 100~500원 올렸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엔제리너스도 지난달달 커피 가격을 200~300원 올렸다.

최근 계란 가격 상승으로 ‘에그플레이션(계란+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계란 특란 10구 기준 평균 소매 가격은 3805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 기준 가격 3303원보다 15.2% 뛰었다. 지난달 계란 평균 소비자 가격은 특란 한 판(30개)에 7026원으로, 2021년 7월 이후 4년 만에 7000원 선을 넘어섰다.

계란 산지 가격 상승은 가금류 질병 발생으로 인한 산란계 생산 저하 등이 원인으로, 오는 8월까지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식품 유통업계에서는 계란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빵과 과자, 아이스크림 등 계란을 원료로 쓰는 식품 가격도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식품기업들이 원재료값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에 앞다퉈 나서면서도 원재료 가격이 하락했을 때는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웠던 팜유와 설탕, 밀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은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5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전월보다 0.8% 하락한 127.7포인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비교해 나타낸 수치를 뜻한다.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석달 연속 상승하다가 지난달 하락 전환했다.

품목별로 보면 유지류 가격지수는 152.2로 전달보다 3.7% 하락했다. 국내에서는 라면 등 각종 가공식품에 많이 사용되는 팜유는 주 생산지인 동남아시아의 생산과 수출 가능량이 늘면서 값이 내렸다.

곡물 가격지수는 109.0으로 1.8% 하락했다. 옥수수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수확으로 공급이 증가한 데다 미국에서 수확량도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급락했다. 빵과 라면 등의 주 원재료인 밀 가격은 수요 둔화와 북반구의 작황 개선으로 소폭 하락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식품·외식업체 등 60여곳이 단기간에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은 일정 부분 현재의 불확실한 시기를 틈타 기업 수익 확대에 집중한 결정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식품기업들은 품목의 특성을 고려해 소비자 물가안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가격 결정 과정에서 보다 신중하고 투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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