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힐·키엘·AHC 등 다양한 브랜드 키워내
미국 시장 분석 '전문가'로 글로벌 능력 입증
LG생활건강 실적 부진, 상반기 영업익 '뚝'
중국 의존도 우려 여전…"위기 극복 기대"

이선주 LG생활건강 대표가 탄탄한 커리어를 바탕으로 회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LG생활건강 제공
이선주 LG생활건강 대표가 탄탄한 커리어를 바탕으로 회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LG생활건강 제공

[서울와이어=고정빈 기자] 이선주 LG생활건강 대표는 젊은 나이부터 화려한 커리어를 이어온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오랫동안 업계에 몸담으며 스스로 능력을 입증한 인물로 다양한 브랜드를 키워내며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이 대표는 LG생활건강의 분위기 반전이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그의 능력은 충분하지만 회사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K뷰티 호황을 바탕으로 실적 대박을 터뜨리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 대표가 어떤 방식으로 LG생활건강을 위기에서 구해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로레알 출신 '마케팅 전문가'

이 대표는 1970년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로레알 코리아에서 홍보·커뮤니케이션 업무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키엘(Kiehl’s)’과 ‘입생로랑(YSL)’ 브랜드를 맡아 국내 시장 안착을 이끌며 로레알 코리아 상무까지 올랐다.

2013년에는 로레알 USA에서 키엘 국제사업개발 부문 부사장으로 근무하며 글로벌 시장 경험을 쌓았고, 2016년 다시 로레알 코리아 부사장으로 복귀해 컨슈머 및 메디컬 채널을 총괄했다.

이후 엘앤피코스메틱 글로벌전략본부 사장을 맡아 ‘메디힐’의 해외 진출을 지휘했고, 유니레버 산하 카버코리아 대표로 자리를 옮겨 ‘AHC’ 브랜드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커피전문기업 테라로사 CEO를 지내며 비화장품 분야까지 경험을 넓혔다.

경영인으로서 '키엘', '입생로랑', '메디힐', 'AHC' 등 다양한 브랜드를 키워낸 능력은 충분히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특히 한국에서 키엘 브랜드를 미국에 이어 글로벌 매출 2위 국가로 성장시키며 능력을 입증했다.

또 키엘 국제사업개발 수석부사장을 역임할 시절에는 키엘이 로레알 럭셔리 부문 내 2위 브랜드로 도약하는 데에 기여했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의 커리어를 인정하는 한편 LG생활건강의 과감한 결정에 놀라는 분위기다.

이 대표가 선임되기 전 수장 자리에 있던 이정애 사장은 LG생활건강이 새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이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정기인사 이전에 용퇴를 결심했다.

이사회도 이정애 전임 사장의 뜻을 존중해 사의를 수용했고 이선주 사장은 다음 달 10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30년 글로벌 노하우로 반전 기대

이 대표는 30년 가까이 글로벌과 국내 화장품 업계를 두루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에 거는 기대가 더 크다. 그는 취임 직후 LG생활건강의 수익성 개선과 글로벌 경쟁력 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의 분위기는 확실히 좋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매출은 2022년 7조1858억원에서 2023년 6조8048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도 6조8119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7111억원에서 4870억원, 4591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올 상반기를 보면 상황은 더 악화됐다. 올 상반기 LG생활건강은 매출 3조302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3%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6.3%나 줄어든 1972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연매출 8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 실적을 썼고 영업이익이 1조2890억원에 달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실적 부진의 늪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19' 정책을 앞세워 시장을 봉쇄했다. LG생활건강의 매출액 대부분은 화장품 '더후'에서 나오는 데 더후의 최대 시장이 중국이었다.

하지만 최근 K뷰티가 전세계로 확산되며 뷰티기업들이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는 모습과 달리 LG생활건강은 여전히 고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런 LG생활건강의 문제점을 파악해 수익 개선을 이뤄내야 할 전망이다. 다만 이 대표가 최근 대표이사를 맡았던 엘앤피코스메틱과 카버코리아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우려 요소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LG생활건강의 지나친 중국 의존도를 벗어나 미국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노하우를 녹인다면 충분한 반전 요소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 현지 반응을 이끌어낸다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 대표는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 출신으로 다양한 브랜드 마케팅 및 사업 경험에서 나오는 탁월한 마케팅 감각을 발휘할 수 있다"며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의 스텝 업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돼 영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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