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대신 유기견 보호소 봉사 '일상형 리더십' 강조
검찰청 폐지 등 개혁 속도 높은 평가, 외연 확장 한계도
속도전의 빛과 그림자, '원팀 민주당'은 여전히 시험대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정 대표는 관례처럼 기자간담회를 열지 않고 경기 용인의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 봉사활동에 나섰다. 이어 소방의 날을 맞아 인근 소방서를 방문해 대원들을 격려했다.
당 대표 취임 100일 일정 속 기존 정치적 이벤트 대신 ‘일상형 행보’를 선택한 셈으로 그는 “대한민국은 관례의 나라가 아니다”라며 “말보다 일로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개혁 속도전’을 핵심 기조로 내세웠다. “개혁은 자전거와 같아 멈추는 순간 쓰러진다”는 비유를 반복해온 그는 검찰개혁·사법개혁·언론개혁 등 이른바 ‘3대 개혁’ 과제를 시간표에 맞춰 강하게 추진했다.
특히 78년만의 ‘검찰청 폐지’와 기소 전담 ‘공소청’ 신설 방안을 당정 협의를 통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으로 마련한 것은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여기에 대법관 증원과 법관 평가제, 재판소원제 도입을 포함한 사법개혁안,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한 언론개혁안 등도 대표 직속 특위를 중심으로 속도를 냈다.
하지만 이러한 강한 추진력은 동시에 논쟁을 낳기도 했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시점에도 ‘추석 전 검찰청 폐지’를 밀어붙이는 등 당정 간 엇박자를 드러내면서다.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나 재판중지법 등 민감한 안건을 타이밍을 가리지 않고 꺼내 들면서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의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내 한 관계자는 “정 대표가 ‘이재명 정부 성공’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대통령보다 강성 지지층을 우선하는 자기 정치가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대표 취임 이후 지지층 내부의 균열도 뚜렷해졌다. 그는 국민 전체를 상대로 한 기자간담회는 생략하면서 방송인 김어준씨 운영 커뮤니티인 ‘딴지일보 게시판’에는 수십 건의 글을 올렸다.
지난주 민주당 초선 워크숍에서는 “재선을 위해선 당원들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딴지가 가장 정확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선 “정 대표 지지층과 대통령 지지층 사이의 감정 분화가 명확히 진행되는 모습”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대 특검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합의 번복 과정에서 노출된 정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간 충돌도 리더십 부담으로 남았다.
민주당은 결국 더욱 강한 내용의 개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며 강경 노선을 유지했지만, 이 과정에서 지도부 내 균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최근 정 대표는 ‘몸 낮추기’ 모드에 들어간 듯한 모습도 보인다. 대통령실에서 현직 대통령 형사재판 중지법 재추진에 공개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자 당은 즉각 진화에 나섰고 정 대표의 언행 기조도 신중해졌다는 분석이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이러한 기류 속에 민주당은 이날 “정 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는 열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지금은 대통령 임기 초 국정과제 성과가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정 대표는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 취임 100일에 대한 여론 평가는 팽팽하다. ‘호불호가 분명한 리더십’이라는 평가가 대표적이다. 이외 집권여당의 개혁 동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와 외연 확장과 당정 조율 능력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비판이 맞서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개혁의 속도와 강도는 인정하지만, 조율과 설득의 단계가 생략된 측면도 분명히 있다. 강한 리더십이 때로는 외연 확장을 막는 벽이 되기도 한다”며 “지금은 ‘내 편을 결집시키는 정치’에서 ‘전체를 설득하는 정치’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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