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사업에 대한 빠른 전환으로 위기탈출 승부수
아시아나와 기업 간 결합심사… 또 하나의 시험대
기단 재편으로 경제성·효율성 잡는 노력도 지속돼
포스트 코로나 대응 위한 미래먹거리 발굴도 힘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코로나19로 장기간 여객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항공화물사업에 주력했다. 그 결과 대한항공 매출과 영업익이 각각 전년 대비 16%, 31% 증가하는 등 흑자를 기록했다. 사진=한진그룹 제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코로나19로 장기간 여객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항공화물사업에 주력했다. 그 결과 대한항공 매출과 영업익이 각각 전년 대비 16%, 31% 증가하는 등 흑자를 기록했다. 사진=한진그룹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던진 승부수가 통했다.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닥친 항공업계에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조원태호는 전 세계 항공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위기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데 성공하며 순항을 이어간다.

◆조원태 ‘선택’, 업계불황 속 상반기 순항 

조 회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여객사업 침체가 이어지자 화물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지난해 3월 노선 운휴로 공항에 있는 여객기를 활용해 화물운송사업으로 방향 전환을 시도했다.

대한항공은 이후 국토부와 협의를 거쳐 화물기로 여객기를 개조해 화물운송에 투입했다. 조 희장의 판단은 신의 한 수였다. 화물운송에 집중한 결과 대한항공은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6%, 31% 증가하는 등 흑자를 기록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올 7월 기준 B777 10대, A330 6대 등 여객기 16대를 화물기로 운항 중”이라며 “지난해 3월부터 올 5월 말까지 화물전용 여객기 운항 횟수는 모두 8300회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38회 운항했던 화물전용 여객기는 월 800회 이상 운항 횟수가 늘었다.  23대의 화물기 가동률은 전년 대비 25% 이상 증가했다.

대한항공의 흑자가 이어지면서 조 회장의 위기관리 능력은 한층 돋보였다. 한때 그의 최대 과제였던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혼란도 마무리돼 조 회장 체제가 안정화 단계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올 5월 말까지 화물전용 여객기 운항 횟수는 모두 8300회에 이른다. 사진=한진그룹 제공
지난해부터 올 5월 말까지 화물전용 여객기 운항 횟수는 모두 8300회에 이른다. 사진=한진그룹 제공

◆위기관리 능력은 합격점, 또 다른 시험대 올라

그는 안정된 경영권을 바탕으로 그룹의 효율화를 위한 재편 작업에도 속도를 올린다. 항공 수요가 회복하려면 최소 3~4년은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조 회장에 대한 경영 능력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의 앞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또 다른 과제가 남아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통합이 마무리되면 매출과 자산 규모에서 전 세계 7위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한다. 통합과 수요 회복 등 시너지는 3000억~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에 대한 경제분석 연구 용역을 발주한 후 계약기간을 6월에서 10월 말로 연장했다. 공정위는 연구 용역을 마친 뒤 통합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조 회장은 이와 관련 “아시아나항공을 성공적으로 인수해 더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직접 기내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한진그룹 제공
지난해 6월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직접 기내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한진그룹 제공

◆항공기 기단 재편과 UAM·우주산업 진출도 본격화

조 회장은 항공기 기단 재편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힘쓴다. 그는 대형 여객기를 중대형기로 대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수익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많이 드는 초대형기를 정리하고 중대형·중형기 비중을 늘려 효율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취지다. 

이에 맞춰 기단 개편작업은 ‘하늘 위의 호텔’이라 불리는 A380-800과 B747-8i 기종 운항 중단을 시작으로 B787-10, B787-9 등 300석 규모의 중대형기 위주로 재편될 예정이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준비에도 소홀함이 없다. 늘어난 화물 수요와 여객 회복 기대감으로 조종사 채용을 서둘렀다. 이와 함께 통합 항공사가 본격적으로 출범된 후에는 매출 확대와 다른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할 준비도 마쳤다. 

중심에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가 유력하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이 그간 축적한 항공기 운항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에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대한항공은 이에 맞춰 올 4월 각 부서 전문가로 꾸려진 UAM 사업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운항, 종합통제, 항공우주사업본부 직원으로 구성된 조직은 회사가 보유한 항공 운송사업과 항공기 제조, 개발 노하우를 통해 사업을 구체화해 나간다. 아울러 그는 과거 우주 발사체 나로호 개발 경험을 살려 우주산업 진출도 본격화한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직접 기획하는 등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상황 속에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줬다”며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위기를 극복한 경험은 조 회장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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