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주호황세 힘입어 시장영향력 강화 나서
신기술 개발·기술 고도화 등 '경쟁력' 확보 사활
조선 3사, 해양산업 변화에 포트폴리오 '다변화'

국내 조선업계 맏형격인 한국조선해양은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맞춰 경쟁령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한국조선해양 제공
국내 조선업계 맏형격인 한국조선해양은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맞춰 경쟁령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한국조선해양 제공

조선·해운업계가 모처럼 찾아온 호황을 기회 삼아 글로벌 해양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해 나섰다. 앞서 조선업계는 중국 저가 수주 공세에 밀려 내준 전 세계 선박 발주시장 1위 자리를 되찾았고, 해운업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가한 물동량에 힘입어 상승세다. 이들 업계는 각각 선종 다양화와 사업 다각화 등의 전략을 추진한다. 이에 각 사별로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력 강화 노력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국내 조선사들이 해양분야 관련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로 상반기 수주 1위를 탈환했다. 액화천연가스(LNG)선에 대한 발주가 지속되는 등 선박 건조 기술력에 대한 우위를 입증했다.

실제 국내 조선업계는 상반기 발주된 대형 LNG운반선 89척 중 71%에 해당하는 63척을 수주했다.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는 수주몰이에 힘입어 시장 주도권 유지를 위해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웠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지난 4월 독일 뒤셀도르프에 유럽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고 개소식을 진행했다. 수소‧연료전지 등 차세대 선박 기술력 확보 차원이다. 사진=한국조선해양 제공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지난 4월 독일 뒤셀도르프에 유럽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고 개소식을 진행했다. 수소‧연료전지 등 차세대 선박 기술력 확보 차원이다. 사진=한국조선해양 제공

◆‘퍼스트 무버’ 꿈꾸는 K-조선 맏형 한국조선해양

국내 조선업계 큰 형을 자처하는 한국조선해양은 산하에 계열사인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을 거느리며 글로벌 조선산업을 리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도 상반기에 연간 수주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는 등 무서운 기세다.

회사는 안정적인 일감 확보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이다. 정기선 사장은 올 1월 열린 CES2022에서 ‘퓨처빌더‘ 즉 새로운 개척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선언 후 친환경 선박·자율운항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이미 자율운항분야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었다. 한국조선해양 모회사인 현대중공업그룹 산하 자율운항 전문기업 아비커스는 지난 12일 인천 왕산마리나에서 레저보트 ‘아비커스 2호’ 시연회를 열고 자율운항 기술력을 소개했다.

아비커스는 2020년 12월 현대중공업그룹 사내벤처로 공식 출범했다. 아비커스 2호는 그간 노력의 결과로 2단계 자율운항 기술이 적용돼 스스로 최적 경로를 탐색하고 장애물을 피해 운항할 수 있다. 서라운드 뷰를 통해 자동접안도 가능하다. 

단기간 내 이 같은 결과물을 냈다는 점에서 해상 자율운항 관련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자율운항 2단계 기술은 하반기 상용화를 앞뒀다. 아비커스는 상용화 다음 단계로 레저보트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풍부한 건조 경험과 기술력을 지닌 한국조선해양과 급성장한 아비커스를 해양산업에 선봉장으로 앞세워 ‘퍼스트 무버’ 도약을 가속한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가삼현 부회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차세대 선박분야에서 한발 앞선 독자기술 개발로 시장 우위를 확고히 하겠다”며 “다가오는 수소시대에 밸류체인 구축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회사는 이와 관련 유럽 내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는 등 미래 친환경·디지털 기술 선점에 나섰다. 앞으로 글로벌 연구기관과 협력 등으로 수소·연료전지·암모니아·전기추진 등 차세대 선박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스마트 야드용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왼쪽)과 사물인터넷(IoT)기반 가공공장 통합관제시스템을 활용해 선박 건조 효율성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은 스마트 야드용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왼쪽)과 사물인터넷(IoT)기반 가공공장 통합관제시스템을 활용해 선박 건조 효율성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 조선소 공정 혁신 등 신성장 가속화 

삼성중공업의 전략 핵심은 친환경 선박 경쟁력 강화와 공정 스마트화로 요약된다. 당장 수소연료전지, 암모니아 추진선 등 다양한 선종 개발과 기술 상용화에 초점을 맞췄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독자 개발한 LNG 재액화시스템 ‘엑스-렐리(X-Reli)’는 실증을 마쳤다. 엑스-렐리는 영하 163도의 극저온 화물창에서 자연 기화되는 LNG 증발 가스(Boil Off Gas)를 다시 액화시켜 화물량을 손실 없이 보존하는 기술이다.

삼성중공업은 LNG운반선에 탑재되는 동일한 재액화시스템으로 성능 검증에 성공해 제품 신뢰성을 높였다. 해외 선사들의 경우 LNG 가격급등으로 화물량 보존 기술에 관심이 높다. 이에 수요증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또한 LNG 연료추진 선박에 적용 가능한 ‘선박 탄소포집시스템(On board Carbon Capture)’도 개발했다. LNG가 친환경 연료로서 주목받는 가운데 장기적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추가기술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경남 진해에서 기술 성능 테스트를 진행 중으로 탄소포집 성능과 신뢰성 향상을 목표로 연구를 지속해 2024년까지 LNG 추진선에 대한 최적화를 통해 기술을 상용화할 방침이다. 

조선소 스마트화도 중점 추진하는 분야 중 하나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소를 효율적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동시에 디지털 기술 도입을 통한 설계·구매·생산 등 조선소 전 영역에 걸친 업무혁신을 꾀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았다. MS가 보유한 첨단 정보통신(IT) 솔루션과 기술 노하우를 활용해 저비용·고효율 조선소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스마트SHI’(Samsung Heavy Industries) 3대 계획도 수립했다. 경쟁력 확보와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서다.

스마트SHI 3대 계획에는 ▲생산체계 지능화 ▲계획정도 고도화 ▲일·방식 혁신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4차 산업 등 미래 변화에 대응해 수립한 생존 전략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생산성 증대와 효율 극대화를 위해 스마트야드를 포함한 스마트SHI 구현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이 포스코와 오랫동안 공들여 개발에 성공한 액화천연가스(LNG) 연료탱크 소재인 고망간강을 세계 최초로 적용하는 등 기술력을 입증했다. 고망간강 소재 LNG 연료탱크를 초대형 원유운반선에 탑재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이 포스코와 오랫동안 공들여 개발에 성공한 액화천연가스(LNG) 연료탱크 소재인 고망간강을 세계 최초로 적용하는 등 기술력을 입증했다. 고망간강 소재 LNG 연료탱크를 초대형 원유운반선에 탑재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 산업 트렌드 주목… 기술력 강화 나서

대우조선해양은 고객사 요구와 산업 트렌드에 발맞춰 신기술 개발과 고도화에 역점을 뒀다. 회사는 포스코와 10여년간 공동 연구 끝에 개발한 고망간강을 LNG 연료탱크에 세계 최초로 적용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를 냈다.

극저온의 액화천연가스를 견디는 화물창과 연료탱크 소재는 주로 인바(니켈 합금강)나 알루미늄, 스테인리스강 등이 사용돼 높은 가격과 까다로운 작업공정, 낮은 강도 등의 단점을 지녔다.

새롭게 적용된 고망간강은 저렴한 가격과 극저온에서의 발휘하는 성능은 물론 높은 강도와 내마모성을 갖췄다. 기존 단점을 모두 극복한 셈으로 대한민국 고유의 LNG 연료탱크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그리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선박해양 박람회인 ‘포시도니아’에 참가해 그리스 해운선사인 가스로그(GASLOG)사, 미국 선급 ABS와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OCCS)’ 협약을 맺었다.

친환경 기술력 제고 차원에서다. 이들 3사는 공동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할 LNG운반선에 실제 적용을 위한 최적의 OCCS를 설계하고,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각종 위험 분석과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 OCCS 기본 개념 승인(AIP)까지 획득한다는 목표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은 LNG 처리 기술, 스마트십 솔루션 등 기술·개발 성과도 공개했다. 옥포조선소 내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국내외 선주·선급을 대상으로 기술력을 선보였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실험센터는 핵심 연구시설로 조선소 내 구축, 독자 개발 기술 검증뿐 아니라 중소업체와 협업을 통한 기자재 국산화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한다”며 “차세대 연료로 꼽히는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기술 연구에 필요한 성능 검증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조선업계는 수주 호황세를 기회로 핵심 기술력 고도화와 친환경 선박 개발, 신시장 개척 등으로 글로벌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한다는 각오다. 이에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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