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 하반기 사업 불확실성↑
기업들 설비증설 포함 대규모 투자계획 숨고르기
재계 "경영환경 악화, 정부가 나서 부담 덜어줘야"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물가 폭등, 금리 인상 등으로 하반기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앞서 국내 주요기업은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상태로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픽사베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물가 폭등, 금리 인상 등으로 하반기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앞서 국내 주요기업은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상태로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정부도 투자 촉진을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섰다. 하지만 글로벌경기 불확실성에 기업들이 마련한 투자계획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글로벌사업 환경은 하반기 더욱 악화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직후 삼성, 현대차, 롯데, 한화, SK, LG 등 10대 대기업 그룹이 밝힌 투자금액은 약 1055조원에 달한다. 

투자계획을 밝힌 기업 중 일부는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계획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기로 한 배터리공장 착공 재검토에 들어갔다. 투자비 증가에 따른 계획 수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른 대기업들도 투자계획을 놓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를 투자해 제2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공장 건설에 나섰지만, 투자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도 미국 공장 증설과 신공장 착공을 추진 중으로 비용 증가에 따른 영향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와 관련 지난 14일 부산에서 주요 경영진을 소집해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열고 경영계획과 전략 방향을 점검했다. 국제 정세 불안, 스태그플레이션 등 복합위기에 대한 대응책 모색도 이뤄졌다. 

롯데그룹뿐 국내 주요 그룹은 전략회의를 열고 전략을 재정비하면서 정면 돌파에 나섰다. 삼성은 전자 계열사 사장단, SK, LG 주요 경영진은 대외환경 변화에 따른 경영 현안을 점검하고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했다. 

사실상 기업들은 비상경영에 돌입했지만, 불안감은 쉽사리 가라 앉지 않는다. 글로벌 악재가 잇따라 겹치면서 상승세가 꺾이는 등 실적 하락 우려도 높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것도 불안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특히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기업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투자를 위한 기업들 자금 조달에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투자 집행과 경영을 위해 자금을 금융권에서 융통해야 한다. 다만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이자 상승 등 각종 금융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국들의 경제성장률 회복도 더딘 상황이다. 

재계에서도 하반기 국내외 경영환경이 불투명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와 기업 투자마저 줄어들 경우 경제에 심각한 위기가 찾아올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이 같은 상황이 기업 활동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최 회장은 지난 13일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에서 열린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간담회에서 “장기적으로 이미 예상했고 대비를 잘한 기업의 경우 큰 데미지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은 5년간 247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최 회장은 반도체(Chip),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등 ‘BBC’로 불리는 이른바 차세대 산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방침을 나타낸 셈이다.  

아울러 최 회장은 경제계 대표 단체 수장 자격으로 “지금 경제가 어렵다 보니 기업인 활동 범위를 더 넓게, 자유롭게 하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경제 활력을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 사면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계도 급등하는 금리 인상과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통해 물가 관리를 비롯한 과감한 규제혁파로 기업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재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 기조 속 기업들이 부채비율 증가 등으로 금융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소비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가 세제 개선과 금융지원 강화 등으로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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