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능조정 ▲조직인력 효율화 ▲예산 효율화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복리후생 점검 조정 등을 주문했다. 사진=서울와이어DB
지난달 29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능조정 ▲조직인력 효율화 ▲예산 효율화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복리후생 점검 조정 등을 주문했다. 사진=서울와이어DB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하면서 '신의 직장'이라 불리던 공기업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는 인력 효율화와 임금제도 손질, 복지 조정 등 대수술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달 29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공기관에 ▲기능조정 ▲조직인력 효율화 ▲예산 효율화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복리후생 점검 조정 등을 주문했다. 

기관 간에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기능을 일원화하고 기능 조정에 따라 조직과 인력을 슬림화하는 한편, 불필요한 자산 매각, 핵심업무와 무관하거나 부실한 출자회사, 호화 청사나 사무실 등 정비, 과도한 복리후생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같은 효율화 방안 대상 '0순위'는 지난 6월 기재부가 발표한 재무위험기관 14곳으로 ▲한국전력(한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발전 5사 등 에너지 공기업과 ▲석유공사 ▲가스공사 ▲석탄공사 ▲광해광업공단 등 자원공기업,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이다.

이들 기관은 부채 비율이 200% 이상이거나 투자적격 등급 미만으로 평가돼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각 기관과 주무부처는 기관별 혁신계획을 수립해 8월 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만큼, 혁신안 수립으로 분주하다.

올해 20조원 이상의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한전의 경우,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가이드라인이 아직 제시되지 않았지만 이미 관련 부서에서 혁신안 검토에 나섰다.

한전은 지난 5월 한수원과 발전 5사를 포함한 전력그룹사 사장단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긴축경영 2조6000억원 ▲해외사업 구조조정 1조9000억원 ▲부동산 매각 7000억원 ▲출자지분 매각 8000억원 등 약 6조원 이상의 재무개선 등 고강도 자구책을 마련한 바 있다.

한전은 기재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존 자구책에 더해 초과 인력을 자연 감소(정년퇴직)로 정리하고, 감소한 비율은 신규 채용해 채용 감소를 최소화하는 등 조직 통·폐합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는 올해 부채율이 40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난 7월 말에 이미 재정건전화 계획 초안을 기재부에 제출했다. 특히 최근 호화 청사 문제가 지목되기도 했는데, 가스공사 청사에는 잔디 축구장, 실내 수영장 등이 있어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매각·임대·민간개방 추진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밖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석유공사나 공해광업공단, 석탄공사 등도 이미 일부 자산의 매각을 진행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도 혁신안 마련에 분주하다. 코레일, LH 등은 경영실적 평가에서도 D(미흡), E(아주 미흡)등급 이하를 받아 구조조정 0순위로 꼽힌다.

지난 11일 김현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을 두고는 공기업 물갈이의 신호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김 사장은 새 정부의 '주택 250만가구+α' 공급대책 추진을 앞두고 정책을 함께할 새로운 적임자를 찾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해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기관의 비효율성과 방만 경영 등은 오래전부터 거론된 문제로, 비효율적·비생산적 일부 공공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혁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실제 집행이 된다면 반발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모든 공공기관에 동일한 혁신 잣대를 적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이 자칫 기관의 연구 역량을 저해할 수도 있고, 무리한 인력 감축은 오히려 정권을 향한 역풍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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