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생에너지 확대 한계점 뚜렷, 해외진출로 타개
글로벌 탄소중립 기여·수익성 증대 등 일석이조 효과
미국 IRA법안, 각국 재생에너지 확대, '해외사업' 탄력

한국중부발전은 이른 시점부터 해외 재생에너지사업 추진에 공들여왔고, 지난해 미국 내 태양광사업 재원조달에 성공했다. 이어 올해 5월에는 한전 전력그룹사 최로로 유럽 풍력단지 준공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사진=중부발전 제공
한국중부발전은 이른 시점부터 해외 재생에너지사업 추진에 공들여왔고, 지난해 미국 내 태양광사업 재원조달에 성공했다. 이어 올해 5월에는 한전 전력그룹사 최로로 유럽 풍력단지 준공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사진=중부발전 제공

국내 공기업 발전사들은 수소, 암모니아, 태양광 등 기존 석탄발전을 대체할 차세대 에너지원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는 등 재생에너지 기반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가속해왔다. 동시에 공기업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 중이다. 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맞아 국내 공기업 발전사들의 미래 먹거리 육성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등 대표 사례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전 세계가 기후위기 대응책 중 하나로 '탄소중립' 달성에 주목한다. 국내 발전 공기업에 이는 해외사업 추진에 적기로 여겨진다. 여기에 국내에서 발전설비를 늘리는 방식으로는 성장 한계점에 도달했다. 이에 발전 공기업들은 해외 진출로 눈을 돌렸다.

한국남부발전이 미국 미시간주 나일스(Niles)시 카스(Cass) 카운티에 건설한 가스복합화력발전소는 올 6월 말 상업 가동에 들어갔다. 발전소 운영으로 매년 5억달러 이상의 수익이 기대된다. 사진=남부발전 제공
한국남부발전이 미국 미시간주 나일스(Niles)시 카스(Cass) 카운티에 건설한 가스복합화력발전소는 올 6월 말 상업 가동에 들어갔다. 발전소 운영으로 매년 5억달러 이상의 수익이 기대된다. 사진=남부발전 제공

◆발전 공기업 해외사업, 실질적 성과로 이어져

당장 국내 발전 공기업들은 ‘2050 탄소중립’이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한국전력공사(한전)를 비롯한 6개 발전자회사, 가스공사, 가스기술 공사 등 많은 발전 공기업은 이와 관련 ‘탈탄소’를 목표로 해외에서 앞다퉈 신재생에너지사업 확대에 나섰다.

한국중부발전은 이 과정에서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2012년부터 주력인 화력발전 투자 외 운영·정비(O&M), 기술지원 용역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현재 미국·스페인·스웨덴·호주·인도네시아 등에서 태양광·수력·에너지저장장치(ESS)사업을 진행 중이다.

중부발전은 친환경기업으로 재탄생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6월에는 한전 전력그룹사 최초로 유럽에 풍력 발전단지를 준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패러다임 맞춘 전략으로 유럽 신재생에너지시장 진출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후속 프로젝트로 유럽 내 스웨덴 구바버겟 풍력, 스페인 프리메라 태양광을 건설하고 있”며 “미국 일렉트론 ESS, 엘라라 태양광사업 등 해외 신재생 자산 1기가와트시(GW)를 건설 및 운영으로 해외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동서발전은 호주 대규모 태양광발전단지에 투자를 단행했다. 2020년 국내 자산운용사 2곳과 함께 건설한 호주 퀸즐랜드주 콜럼불라 지역의 202메가와트(㎿)급 대규모 태양광발전단지는 오는 11월 상업 가동을 앞뒀다.

동서발전은 203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해외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으로 생산된 전력을 친환경 수소로 전환해 국내에 공급할 예정으로 국내 수소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방침이다.

한국남부발전 역시 민간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해 발전 공기업 중 처음으로 미국 가스복합발전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남부발전은 DL에너지와 현지 합작법인을 세워 미국 전력시장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미국 북동부 오대호 인근 미시간주에 1085㎿급 가스복합발전소는 올 6월 말 가동에 들어갔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은 미국 최대 전력시장인 PJM시장을 통해 미시간주 인근 산업단지 등 약 100만 가구에 공급된다. 

사업에는 총 10억5000만(약 1조4500억원)달러가 투자됐다. 남부발전에 따르면 가스복합발전소 운영을 통해 앞으로 35년간 매년 5억달러(약 69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왼쪽에서 다섯번째)이 지난달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측 건설사업 계약을 체결한 뒤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왼쪽에서 다섯번째)이 지난달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측 건설사업 계약을 체결한 뒤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수소·원전·물 등 다양한 산업 해외진출 '본격화'

한국가스공사, 가스기술공사 등은 해외에서 천연가스를 개발, 수송 및 수출입뿐 아니라 국내 수소 공급 역할까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수소 생산기지, 승용 및 상용차 충전소, 수소시범도시 구축, 수소전주기센터 운영, 액화수소사업, 해외 진출 등 초기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전력과 원자력발전을 이끄는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은 우리나라와 미국 원전 동맹에 선도적으로 나섰다. 양국 간 원전 협력 강화에 따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업계는 이들 기업이 한·미 협력에 있어 역할이 점차 증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6월 미국 원자력발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 사장단 방한도 이뤄졌다. 당시 웨스팅하우스는 한전과 한수원을 잇달아 찾았다. 해외원전개발 활동은 시동이 걸렸다. 실제 한수원은 지난달 러시아를 제치고 이집트 엘다바 원전건설사업 수주 계약을 따냈다.

앞서 정부는 2030년까지 해외 원전 10기 수출 목표를 세웠다. 체코,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원전사업 수주전이 본격화된 만큼 앞으로 한수원과 한전 활약상에 기대가 모이는 대목이다. 

국내 물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한국수자원공사도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물 산업 중소기업 7개사와 함께 일본, 베트남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공사는 2017년부터 물산업 육성과 중소기업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전담 조직을 운영해왔다.

이처럼 공기업 발전사 해외 진출은 올해를 기점으로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에는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을 위해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에 총 3750억달러(약 479조원)를 투자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사업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특히 미국은 넓은 땅을 보유한 국가로 사업 추진에 최적화된 조건을 가졌다. 국내 발전 공기업의 공격적인 현지 진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점차 유럽 등으로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유럽 국가들도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초점을 맞췄고, 독일과 유럽 등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높이는 추세로 해외 진출 문이 활짝 열린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국가들이 기후 위기와 관련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국내는 지형 특성상 태양광·풍력설비를 대폭 늘리기 어렵다. 따라서 해외 진출이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화력과 석탄 등 발전소 운영 노하우를 갖춘 국내 발전 공기업들이 해외에서 입지를 굳히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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