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끊겼다며 경찰차 부른 10대들… 부모도 "집 데려다줘라" 항의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밤 늦은 시간 길을 잃었다는 미성년자의 신고에 출동했으나 경찰차를 이용해 편하게 귀가하려는 고등학생들이었다는 사연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경찰청 근무자 A씨가 작성한 ‘어젯밤부터 화가 나는 K-고딩(고등학생) 썰’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커뮤니티는 회사 이메일로 직장을 증명해야만 가입할 수 있다.

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일 오후 11시30분쯤 “미성년자인데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다”는 신고가 접수돼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A씨는 18살에 노랗게 물들인 머리카락과 왼쪽 팔에는 문신을 가진 고등학생 2명을 만났다. 이들은 “막차가 끊겼으니 집에 데려다 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여기서 너희들 집까지 차로 40분이 걸리기 때문에 갈 수가 없다”며 “우리는 택시가 아니고 다른 신고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하고 학생들에게 부모님 연락처를 물었다. 그러자 학생들은 “미성년자인데 사고나면 어떡하냐. 책임지실 거냐”고 되물었다고 했다.

A씨는 “길이 무서우면 지구대에 있다가 부모님께 연락해서 데리러 와달라고 하라”고 학생들을 다시 설득했다. 이에 학생들은 “근데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라고 물었고 A씨는 더 이상 대화가 안 된다고 판단해 이름을 알려준 후 지구대로 돌아왔다.

정확히 1시간 뒤 그들의 부모로부터 “애들이 이 시간에 길거리에 돌아다니면 집에 데려다 줘야지 뭐하는 거냐. 민원을 넣겠다”며 항의 전화가 왔다며 A씨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A씨는 학부모에게 “택시비를 보내든 데리러 오라”며 재차 거절했고 학부모는 욕을 하며 “민원을 넣고 인터넷에도 올리겠다”고 윽박질렀다고 덧붙였다.

A씨는 “‘경찰관이 미성년자를 길바닥에 내버려두고 간다’며 각색해서 민원 넣을 것 같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그 부모에 그 자식”, “부모가 먼저 ‘경찰에 전화해서 태워달라고 하라’고 가르쳤을 듯”, “고생 많으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