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최석범 기자] 기업휴지보험이 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화재로 큰 재산손해를 입은 한국타이어가 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말이 돌면서다. 한국타이어 같은 대기업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손해보험사 4곳과 재산종합보험에 가입했다. 보험가입금액은 1조7031억원이지만 실제로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인 보상한도액은 3000억원 수준으로 설정했다. 계약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핵심인 기업휴지보험은 제외했다고 한다.
기업휴지보험은 화재 등 보험사고 발생 시 기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경상비와 기업을 계속 가동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이익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문제는 보험료가 굉장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타이어와 같은 사업장의 재산종합보험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데 여기에 기업휴지보험이 포함되면 보험료가 크게 뛴다고 한다.
업계가 한국타이어의 기업휴지보험 미가입 이유를 높은 보험료에서 찾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상한도액 상한을 줄이고 기업휴지담보를 포함하지 않은 건 결국 보험료가 부담됐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실제로 높은 보험료 때문에 기업휴지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사례는 빈번하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휴지보험 계약건수는 1458건으로 전체 법인기업(66만개) 중 0.01%만 가입했다. 이는 대다수의 법인사업체가 한국타이어와 같은 처지에 놓였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높은 보험료를 보험사의 책임으로만 넘기기엔 어폐가 있다. 보험료는 사고통계에 기반해 산출되는데 기업휴지보험은 동질의 위험집단이 구성되지 않아 보험료 산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사고 발생 빈도에 비해 사고 발생 땐 손해 규모가 크고, 기업별 위험요인과 보장수요도 제각각이어서 일률적 상품 문용에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한다.
기업휴지보험은 기업의 조업 중단에 따른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익이 크다. 고정비와 미래 수익까지 담보해 큰 사고 뒤에도 재기할 여력을 마련하는 게 가능해진다. 손해보험사 입장에서도 적정 보험료가 담보되는 환경 속에서 해당 시장 규모가 커지면 득이 될 게 많지 않겠는가.
한국타이어 화재사고를 계기로 기업휴지보험 보험료 현실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