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기자.
정현호 기자.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전기료 인상 발표를 돌연 미룬 정부가 고심을 거듭 중이다.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역대급 적자에 전기요금 현실화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고물가 속 서민이 받는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다가오는 여름철 난방비 폭탄 시즌2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도 높다. 때문에 국내 경기 전반이 침체한 가운데 추가 인상은 국민이 받게 될 고통의 수준을 상상 이상으로 키울 것이다.

당장 필요한 것은 과감한 결정이다. 이미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은 수도 없이 제기돼왔다. 국내 전기요금이 주요국들 대비 낮은 수준이라는 주장도 쏟아진다. 결국 역대급 적자로 재무구조가 날로 악화하는 한전을 위하는 게 먼저 아닐까.

이 문제부터 해결한 후 다음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순서다. 겨울이 지나 난방과 전기 수요는 연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때문에 2분기는 사실상 전기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전기료를 인상한 후에는 본격적으로 강도 높은 서민부담 완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정부는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구조 정착화와 실질적인 에너지 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 더더욱 역량을 쏟아야 한다.

또 전력 사용 비중이 많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 강화와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 주거지에 노후화된 에너지 설비 교체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 같은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이 동반된다면 국민도 정부 결정을 존중할 것이다.

당장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요금인상 발표 연기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전기료 인상을 놓고 고민하는 지금도 직장인, 대학생 등 청년층을 중심으로 많은 국민이 마른 수건을 짜내느라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