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정부가 첨단산업이자 미래 먹거리 핵심인 반도체산업 육성에 총력전을 선언했지만, 업계에 닥친 한파는 쉽사리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들에서는 경제 안보차원에서 반도체 지원을 우선순위에 뒀고,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반도체 업황에 큰 시련이 닥쳤다. 글로볼 복합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다.
공급과잉 탓에 수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국내 수출을 이끌었던 반도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일 고전 중이다.
수요 부진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재고도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이와 관련 잇따라 감산에 나섰지만, 삼성전자만이 유일하게 비감산 체제를 유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국내 사업장을 찾는 횟수도 증가했다. 지난 10일에도 그는 경기도 화성 사업장 내 반도체연구소를 방문 “반도체연구소를 양적, 질적으로 2배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업황 개선 시기에 맞춰 초격차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회장이 보인 자신감이 초격차를 담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 경제의 생명줄인 반도체산업을 지탱하려는 노력은 충분히 높게 평가될만하지만, 경쟁자를 따돌릴 수 있는 또 다른 무기를 갖출 필요도 있다.
위기일 수록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된 구조에 대한 진단도 시급하다. 최근 글로벌 산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시스템이다. 특히 챗GPT와 같은 초거대 생성형 AI는 데이터의 빠른 처리 속도를 요구한다.
업계에서도 반도체 이외 두뇌산업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소부장(소재·장비·부품)에 의존하는 반도체가 이젠 한계에 봉착했다는 학계 의견이 나오는 등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학계 안팎에서는 소프트웨어가 4차산업 혁명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핵심은 삼성전자 역시 하드웨어에 중점을 두기 보단 기업 체질 변화를 서둘러 마이크로소프트(MS)로 유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4분기 빅테크 영업이익 주저 앉았을 때도 MS는 굳건한 실적을 냈다. 무엇보다 지금이라도 소프트웨어를 키워야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 패권다툼에 낀 한국 입장에서 이들 국가를 상대로 목소리를 키울수 있다.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대응책으로 대규모 투자를 통한 현지에 생산공장을 건립할 필요도 사라진다. 기업에 사업비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며, 시장 성장가치 측면에서도 소프트웨어 파이가 훨씬 크다.
미래의 반도체 공정 기술은 현재보다 더욱 복잡한 구조, 축소된 크기, 낮은 전력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과 같은 문제 등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요소로 이는 날이 갈수록 증가한다.
다행인 것은 이재용 회장이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발맞춰 TSMC·애플·엔비디아·퀄컴·인텔 등에서 우수 인재를 대거 영입했다.
대내외 경영환경 불안에도 외부 전문가 영입을 서둘러 미래 기술개발에 선제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인원 감축에 나선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혹한기 탈출을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감이 모인다. 국내 반도체업계가 이를 통해 가중된 위기 속 기회를 찾고 반도체사업 부활은 물론 첨단산업 지형을 뒤바꿀 무기를 내놓는 등 글로벌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발판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 [기자수첩] 거수기 오명 사외이사…독립성 강화 ‘먼 길‘
- [기자수첩] 가격 인상 멈추라는 정부, 대책부터 마련해야
- [기자수첩] '메이드 인 아메리카' 선수들 다 빼앗길 것인가
- [기자수첩] 공사비 갈등, 왜 분양자가 책임져야 하나
- [기자수첩] 패권전쟁은 기회, K-반도체 자생력을 키워라
- [기자수첩] 보톡스업계 신뢰추락에 소비자는 불안하다
- 일본, 반도체 3개 품목 수출규제 해제… 한국, WTO 제소 취하
- [기자수첩] 돼지바는 되고, 버터맥주는 안 된다?
- [기자수첩 ] '한국타이어 화재' 휴지보험료 현실화 계기되길
- [기자수첩] 지금이 전기료 인상할 '마지막 기회'
- '무어의 법칙' 인텔 창립자 고든 무어 94세로 별세
- "챗GPT 못쓰게 되나"… 이탈리아도 금지
- 대법원, '이동통신 특허 갑질' 퀄컴 과징금 1조 확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