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메이저리그, 모든 야구 선수들이 한번쯤 뛰고 싶어하는 무대다. 공식명칭은 ‘메이저리그 베이스볼’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열린다. 상상하기 어려운 연봉을 받을 수 있고, 세계적인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예도 따라온다. 때문에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야구선수는 미국으로 간다. 

최근 자동차산업에서 벌이지는 움직임을 보면 메이저리그가 떠오른다. 미국이 전 세계 자동차업체를 자국으로 빨아들이고 있어서다. 스포츠선수의 미국시장으로 이적과는 차원 다른 문제로, 이래도 되나 싶은 걱정이 든다. 물건을 팔고 싶으면 미국으로 오라는 압박에 끌려가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또 단순히 미국으로 가는 걸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국내 미래차 산업의 운명이 달려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미국 산업 보호를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북미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를 적용한다. 이에 더해 배터리 등 부품도 일정 비율 이상을 북미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로 메이저리그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0월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을 가졌다.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기아와 협업을 위해 미국에 전동화 부품 공장 설립을 밝혔다. 

현대차·기아 1차 협력업체인 세원아메리카는 현대차 전기차 전용공장 인근에 약 3900억원을 투자해 제2공장을 건설한다. 에코플라스틱과 아진산업도 현대차·기아에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 

국내 메이저 자동차업체와 부품업체들이 모두 메이저리그로 간다. 전부 메이저리그로 가면 국내 리그는 어떻게 되는 건가.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부품기업 가운데 미래차 전환단계에 착수하지 못한 기업이 72.6%로 나타났다. 미래차는 전기차·수소차·하이브리드차로, 핵심 미래먹거리 가운데 하나다.

실력있는 선수들은 미국으로 가고, 국내 남은 선수들은 실력을 키울 준비도 못하는데 정부와 정치권은 한가한 듯 하다. 지난해 11월 국내 복귀를 원하는 해외진출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춘 ‘미래차 특별법’은 넉달째 국회 계류 중이다. 정부차원에서 긴급 태스크포스라도 꾸려야 할 판인데 그런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국내 기업의 미국 진출은 야구선수의 이적과 다르다. 이건 먹고사는 문제다. 얼른 데려오든, 남은 기업을 키우든 가만있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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