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후 지배구조 약점, 역대 회장들 중도사임 지속
2021년 연임 성공 최 회장… 임기완주 '목표'로 삼은 듯
지주사 중심경영·신사업 가속화 등 새 역사 쓸지 주목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에 거침없는 행보를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소유분산기업을 겨냥한 정치권 외압에 최 회장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선진화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포스코 제공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에 거침없는 행보를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소유분산기업을 겨냥한 정치권 외압에 최 회장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선진화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포스코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과거 포스코 총수들은 정권 교체 이후 본인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사퇴, 사임했던 흑역사가 이어졌다. 공기업이던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정치외압에 크게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지배구조를 갖추지 못한 탓으로 실제 윤석열 정부가 지배구조 개선을 이유로 겨냥한 기업도 포스코다. ‘관치망령’에 둘러싸인 모습으로 현재 그룹을 이끄는 최정우 회장은 이를 뒤바꾸려는 모습이다. 

◆지주사 이전·포항제철소 정상화 등 '부정이슈' 해소

근래 들어 최 회장의 행보가 재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과거 총수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그룹 안팎으로 부정적 이슈가 잇따랐지만, 이를 무사히 넘긴 뒤 임기 완주를 넘어 연임까지를 목표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으나, 최 회장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에 대응한 ‘선진지배구조 태스크포스(TF)’ 발족 계획을 내놨다. 외부 전문기관과 최고경영자(CEO)·사내외 이사 선임 프로세스 등 그룹 지배구조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다.

소유구조가 여러 주주로 분산된 ‘주인이 없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지워내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 포스코 회장 자리는 2000년 민영화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체됐고 이구택, 정준양, 권오준 전 회장 등이 모두 임기를 남겨놓고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최정우 회장의 경우 앞서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상태로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그는 지배구조 개선과 동시에 철강사업 외 사업 다각화에 주력하는 등 남은 임기 완주를 목표 이후 연임 도전을 위한 발판 마련까지 성공했다. 

지난해부터 내내 이어지던 지주사 이전 문제도 올해 주총을 통해 해소했다. 회사는 포항시, 지역 시민단체와 갈등을 별였으나, 주총 안건으로 이를 상정했고, 포스코홀딩스 본점을 포항으로 이전시키는 데 주주 동의를 얻었다.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렸던 정기 주총에선 이외에도 사내이사에 정기섭 경영전략팀장(사장), 유병옥 친환경미래소재팀장(부사장), 김지용 미래기술연구원장(부사장) 선임안건이 통과됐다. 

특히 정 사장의 경우 대우인터내셔널 출신으로 순혈주의를 깨로 포스코에 합류해 최 회장과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인물로 알려졌으며, 이들은 최 회장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이사회에 이들을 합류시키면서 임기 완주를 위한 철통방어에 나선 셈이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선 지난해 태풍 침수로 인한 포항제철소 피해 등 최 회장이 부담을 느꼈고, 올해 분산기업에 대한 정치권에 거센 비판 등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한다. 결국 자신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인사를 사내이사에 앉히는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지난해 태풍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포항제철소 조기정상화를 이끄는 등 올해는 지주사 이전 문제까지 해결하면서 임기 완주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포스코 제공
최 회장은 지난해 태풍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포항제철소 조기정상화를 이끄는 등 올해는 지주사 이전 문제까지 해결하면서 임기 완주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포스코 제공

◆임기완주 넘어 연임 도전?… 곳곳에 철벽장치 마련

최 회장은 이와 관련해 주총 인사말을 통해 “올해 포스코그룹은 지주회사 중심 경영체제를 본격 가동할 것"이라며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친환경 가치 실현을 통한 성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임기는 아직 1년가량 남았지만, 일각에선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최 회장이 포항제철소 조기 정상화 문제 등 일련된 이슈를 차츰 해소해 나가면서 중도 사임 가능성엔 다소 힘이 떨어진다. 

최 회장의 임기 완주는 포스코 역사에 있어 최초 사례가 될 전망이다. 현재 분위기상으로는 민영화 후 선임된 역대 회장 중 2번째 임기까지 완주한 총수는 그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주사 문제 해결 등 지역사회로부터의 비난에서도 자유로워진 상태인 최 회장은 주주들 앞에서 이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 육성에 대한 청사진도 발표했다. 

그가 밝힌 미래비전엔 사명을 바꾼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을 통해 소재 원료사업 가속 등 지속가능경영 체제 구축에 대한 의지가 담겼다.

또 선진지배구조 태스크포스 발족한 이후엔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비교 연구해 선제적으로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춘다는 구상으로 최 회장은 “지주사 중심의 경영체제 속 기업가치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꺼내 든 것은 ‘기업시민’이다. 기업시민이란 포스코그룹의 경영이념으로 그는 이를 바탕 “안전·환경·인권 분야 등에서 기업 역할에 충실해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선진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재계도 최 회장이 보이는 자신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경영 보폭도 더 확대해 나가는 등 임기 완주는 물론 신사업 분야에 구체적 성과를 낸다면 연임 도전까지도 문제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침수 피해를 입었던 포항제철소 정상화를 이끈 뒤, 분위기 개선에 성공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 의지까지 내비치면서 연임 도전을 기정사실로 해 나가는 모습”이라며 “소유분산기업 이슈가 불거진 마당에 그도 정치권 퇴진 압박 등과 관련 스스로 살길을 찾아가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