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인수합병 능력 보유, 재무관리 뛰어난 '경영전문가'
쌍용건설 24년만에 민간기업 품으로… 해외 시너지 기대↑
건설업계 경험 전무우려… "경영 안정화 크게 기여할 전망"
혼란 빠진 내부 분위기 안정 '숙제', 다양한 기회 창출 계획

글로벌세아그룹과 쌍용건설을 맡게된 김기명 대표이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쌍용건설 제공
글로벌세아그룹과 쌍용건설을 맡게된 김기명 대표이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쌍용건설 제공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김기명 쌍용건설 대표이사는 새 주인을 찾지 못한 회사의 구세주로 나타났다. 글로벌세아그룹의 대표이사도 겸임하는 김 대표는 회계와 재무 등 분야에서 능력이 뛰어난 ‘경영전문가’로 불린다. 그는 부족했던 쌍용건설의 장점을 채우고 글로벌 회사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질 계획이다.

김 대표가 풀어가야 할 숙제는 많다. 유통업계에서 이름을 알린 그는 건설업계의 경험이 전무하다. 일각에서는 쌍용건설이 업계에서 몸집이 작은 회사도 아니기 때문에 쉽게 건설사를 이끌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가 쌓아온 커리어와 글로벌세아를 키운 행보를 보면 충분히 쌍용건설의 명가재건 시나리오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쉽지 않은 도전, 재무개선 '최우선'

김 대표는 유통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는 월마트 한국 지사장과 인디에프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16년 글로벌세아 대표 자리에 오른 후에는 2018년 세아STX엔테크, 2020년 태림포장, 지난해 발맥스기술 등을 인수하며 뛰어난 인수합병(M&A) 능력도 보여줬다.

김 대표는 회계·재무 분야에서 많은 경험과 전문성을 갖춰 경영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섬유·패션·제지·포장·식음료(F&B)·문화·예술 등을 주축으로 글로벌세아그룹을 2021년 매출 4조2000억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의류 제조 판매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15년 1월 두바이투자청에 인수됐던 쌍용건설은 7년 만에 국내그룹인 글로벌세아그룹 품으로 들어갔다. 1998년 쌍용그룹 해체 이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공기업 성격의 대주주하에 있던 쌍용건설은 24년 만에 민간기업 품에 안기게 됐다.

40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던 김석준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회장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글로벌세아에서 김 회장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많고 경영안정화와 사업확장을 위해서는 아직 김석준 회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석준 회장의 도움을 받겠지만 대표이사에 오른 김기명 대표가 회사를 이끌어야 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에게 거는 기대도 크나 우려도 공존한다. 유통업계에서 이름을 알린 그가 전혀 다른 성격인 건설사를 이끌기에는 아직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돼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세아를 전세계적인 그룹으로 키운 그의 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부채비율이 높은 쌍용건설의 재무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김 대표는 올 1월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고 쌍용건설에 투자했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서 신주와 구주를 포함해 글로벌세아그룹은 쌍용건설의 약 90% 지분을 보유하게 됐고 지난해 600%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200%대로 줄였다. 김 대표는 ‘VISION 2025’ 목표를 세우기 위해 쌍용건설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창립 40주년인 2025년을 맞아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의미다.

쌍용건설이 최근 초호화 특급호텔인 '아틀란티스 더 로열'을 완공시키며 해외사업 능력을 입증했다. 사진=쌍용건설 제공
쌍용건설이 최근 초호화 특급호텔인 '아틀란티스 더 로열'을 완공시키며 해외사업 능력을 입증했다. 사진=쌍용건설 제공

◆내부장악 관건, 명가재건 '재시동'

김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는 하나 더 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의심을 잠재우고 혼란스러운 내부 분위기를 안정시켜야 한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12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임원 절반을 해고했다. 새 주인을 맞은 기쁨을 누릴 겨를도 없이 불어닥친 구조조정으로 내부분위기는 술렁였다.

기존 직원들이 적응할 시간조차 없이 구조조정이 단행되면 직원들의 불안감은 증폭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새로운 주인을 맞아 새로운 세력이 들어오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너무 빠른 교체로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존 임원 29명 중 절반에 가까운 14명이 해고된 상황과 앞으로 어떤 인력을 배치해 불안함을 줄일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오랫동안 세계적인 그룹을 이끈 만큼 그의 선택이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주춤했던 쌍용건설의 성장을 촉진시킨다면 우려와 비난도 금방 사라질 전망이다.

김 대표는 과거 시공능력평가 7위까지 올랐던 대형건설사의 명가재건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33위까지 떨어지며 과거의 명성을 지키지 못했다. 그래도 해외에서는 여전히 강점을 나타낸다. 해외에서 랜드마크 호텔 등 고급건축물분야에서 풍부한 시공경험을 갖춘 쌍용건설은 글로벌세아그룹과의 시너지가 극대화될 전망이다.

쌍용건설 전체 매출에서 해외사업 비중도 50%를 넘는다. 이미 해외인프라를 구축한 김 대표가 쌍용건설을 인수한 가장 큰 이유도 글로벌세아그룹과의 시너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10개국에 현지법인을 둔 글로벌세아그룹은 중남미시장 개척 등을 통한 해외사업 확대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싱가폴 지역 네트워크를 이용해 신규 사업 기회를 창출할 계획이다.

쌍용건설과 세아STX엔테크 모두 해외 프로젝트 경험이 많고 국내외 정유·가스시설·발전소사업에서도 좋은 능력을 가졌다. 쌍용건설이 보유한 7조원 규모의 수주잔고와 시공능력, 글로벌 인지도 등도 적극 활용해 글로벌기업으로서의 성장을 도모할 예정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글로벌세아가 투자를 결정한 데 대해 감사하다”며 “24년 만에 민간 대주주를 맞아 전 임직원들의 기대가 크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글로벌세아그룹의 네트워크와 시너지를 활용해 명성을 되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명 쌍용건설 대표이사는 “글로벌세아그룹이 쌍용건설을 인수하면서 그룹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VISION 2025’ 목표 달성과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신성장동력을 확보했다”며 “글로벌세아그룹과 쌍용건설은 글로벌시장 영향력을 강화해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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