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간호사 따라다니며 램시마 판매한 영업맨
"현지 유통망 전열 가다듬어야 한다" 판단해 복귀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2021년 3월 자리에서 물러난지 2년 만이다. 당시 그는 그룹을 둘러싼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 ‘소방수’ 역할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사상최대 매출에도 영업이익률이 28.3%로 전년(39.9%) 대비 10%포인트 넘게 줄었다. 서 회장은 직판을 통한 영업이익률 증대를 목표로 삼을 계획이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 전역 누비며 영업
서 회장은 바이오기업 수장이지만 연구자보다 영업맨이라는 타이틀이 더 잘 어울린다. 그의 직판체제 전략은 업계에서 유명하다. 파트너사를 끼지 않고 직접판매하면 현지 유통업체에 수수료 등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당연히 영업이익률도 높아진다.
2013년 8월 램시마 유럽판매허가를 획득한 후 2015년부터 그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유럽 전역을 누비며 램시마를 팔러다녔다. 기업 오너였지만 영업사원을 자처했다. 전예진 작가의 책 ‘셀트리오니즘’에는 이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실려있다.
“당시 유럽의 대형병원에서는 우락부락하고 덩치가 산만한 동양인이 간호사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링거 거치대를 끌어주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청소부나 잡상인인 줄 알았는데 명색이 제약사 회장이라니 반전 효과도 있었다.”
서 회장 얘기다. 그는 의사를 만나지 못하면 간호사를 따라다니며 약에 대해 설명했다. 간호사에게 램시마를 사달라고 호소하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그는 결국 유럽을 뚫어냈다. 영국, 독일 등에서는 제품 출시 9개월여 만에 램시마 시장 점유율은 30%에 도달했다. 노르웨이와 핀란드 등 북유럽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90% 수준을 보였다.
◆복귀 후 미국 직판 체제 구축 진두지휘
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램시마 판매허가를 획득한 후 그는 글로벌 직판체제 구축에 나섰다. 글로벌 유통망을 구축해 전 세계에 의약품을 직접 유통하기 위해서다.
서 회장은 유럽에 14개 법인을 세우고, 영업인력을 300명으로 늘렸다. 2020년 2월 램시마SC(피하주사제형)부터 파트너사를 끼지 않고 직접 판매하기 시작했다. 브라질, 콜롬비아, 멕시코 등에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영업인재 확보에 공을 들였다.
그의 직판체제 구축 결정은 영업이익률 상승으로 나타났다. 2020년 연결기준 2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셀트리온은 2021년 영업이익률이 39.9%까지 치솟으며 40%에 육박했다. 직판 체계 구축으로 중간 유통 마진을 없애 영업이익률을 높인다는 전략이 통했다.
서 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셀트리온 영업이익률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셀트리온 측은 진단키트 관련 일시적 비용 발생으로 영업이익률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현지 유통망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판단해 다시 등판에 나섰다.
그는 현재 추진 중인 미국 직판 체제 구축을 진두지휘한다. 글로벌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최근 암젠, 화이자 등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업 성공 경험이 풍부한 토마스 누스비켈을 미국 법인 최고사업책임자(CCO)로 선임하고 글로벌제약사 출신의 임원급 현지 인력들을 대거 영입해 현지 법인 규모를 50여명 수준으로 확충하는 등 미국 내 직판체제 구축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서 회장의 빠른 판단과 의사 결정이 필요해 이번 이사회에서 일시 경영 복귀를 적극 추진했다”며 “현 경영진은 카리스마 있는 그의 리더십이 셀트리온그룹이 미국에서 성장 발판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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