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총수, 일본 재계와 회동...이재용 회장 "친구는 많을수록 좋아"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오늘(17일) 개최된 한일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민간 차원에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도쿄 게이단렌회관에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을 열었다. 일본 측에서는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 등 총 11명이 참석했다. 

국내 주요 기업의 총수들과 대표 경제인이 총출동한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은 수출 규제완화 조치가 발표된 후 열렸다는 점에서 높은 의미를 갖는다. 양국 경제계는 협력 확대 등에 대해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김병준 젼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개회사를 통해 "12년 만에 양국 정상 ‘셔틀외교’가 복원된 것을 환영한다. 양국이 수출규제 등 한일 교역의 걸림돌을 제거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관계 정상화를 계기로 전경련은 경단련과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조성하고,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위해 양국 현안 공동연구와 청년세대 교류 등에 함께 노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 재계 인사들이 만난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양국 정부는 여러분이 마음 놓고 교류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일 경제인 행사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것은 2009년 6월 이명박 대통령 방일 기간에 개최된 ‘한일 경제인 간담회’ 이후 14년 만이다. 특히 4대 그룹 회장이 한일 경제인 행사에 모두 참석한 것도 약 20년 만에 처음이다. 

재계에선 한일 두 정상의 얼어붙은 관계 복원을 기점으로 민간 차원에서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발 반도체 이슈 대응에도 양국 경제계가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방일 일정에 동행한 이재용 회장도 경색된 관계가 점차 풀리는 것과 관련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그는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에 한국과 일본이 함께 대응할 것인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살아보니깐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적은 적을수록 좋다”고 답했다. 일 기업들과 공조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 “한국의 반도체 제조 기업들의 공급망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장비 업체들과 긴밀히 연계돼있다. 최근에는 일본 자동차기업들이 한국 배터리업체들과 합작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며 “미래 첨단 신산업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의 여지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은 대표발언에서 “지금이야말로 미래지향적인 시점에 서서 양측이 지혜를 서로 짜내서 연계 및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불가결하다고 생각한다”며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위한 과정을 확고히 하는 차원에서 경제교류를 한층 강화하고자 다양한 검토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양국 경제계는 이에 맞춰 앞으로 상호 투자 확대를 비롯한 ▲자원 무기화에 대한 공동 대응 ▲글로벌 공급망 구축과정에서의 협력 ▲한일간 인적교류 정상화 ▲제3국 공동진출 확대 ▲신산업 분야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교류를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행사에 참석한 경제인들도 정부에게 칩4(Chip4)의 핵심 국가인 한국과 일본의 경제안보동맹 강화와 양국 젊은 층의 교류 확대 및 양국 공동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 글로벌 룰 세팅에서의 한일 협력 등을 요청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현재 국내경제는 수출이 5개월째 감소세를 나타내고, 무역수지가 1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 팬데믹에 버금가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일 간 합의로 일본과 경제협력 여건이 마련된 만큼 자원 무기화 대응에 일본 경제계와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전방위 협력 의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