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진 사무총장, 전결권자임에도 자신의 딸 채용 '직접 결재'
송봉섭 사무차장, 경력채용 과정서 해당 인사담당자에게 전화
'아빠 찬스' 의혹 총 10명 적발… 선관위, 검증위원회 설치 계획
노태악 선관위원장 "큰 실망 드려 죄송… 무한한 책임감 느껴"

노태악 선관위원장이 자녀 특혜채용 등 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노태악 선관위원장이 자녀 특혜채용 등 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전·현직 간부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자체 특별감사 결과에 따라 해당 간부 4명을 수사의뢰하기로 결정했다.

1일 정치계에 따르면 선관위는 최근 박찬진 사무총장(장관급)과 송봉섭 사무차장(차관급) 등 자녀 경력채용 의혹을 받은 고위직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두 사람 모두 자녀 채용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덕적 해이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사무총장의 딸은 광주 남구청에서 9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결원을 충원하기 위한 전남 선관위 경력채용에 응시했다. 그는 16명이 응시한 가운데 경력채용에 서류전형과 면접 등을 거쳐 6명의 최종 합격자 가운데 한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인사담당 직원과 면접위원들은 박 사무총장 딸이 응시한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면접위원 전원은 평정표 채점란을 비워둔 채 10명만 순위를 정해 이를 인사담당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박 사무총장은 자신이 당시 채용 전결권자인 사무차장이었음에도 직접 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사무차장은 2018년 충남 보령시 8급 공무원으로 일하던 딸이 괴산·단양군 선관위에 경력채용되는 과정에서 인사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그는 딸을 추천하고 소개하며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 사무차장의 딸은 괴산·단양군 선관위의 비다수인(소규모) 경력채용에 지원해 뽑힌 2명 가운데 한명이었다. 당시 송 사무차장은 외부기관에 파견 중이었는데 면접위원들은 그와 직장·지역 연고가 있었고 면접위원들은 모두 송 사무차장 딸에게 만점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신우용 제주 선관위 상임위원의 아들은 경력채용 1년 전까지 신 상임위원과 함께 근무했던 한 인사담당 직원이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만점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규 경남 선관위 총무과장의 딸도 면접관으로 참여한 동료 과장에게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아빠 찬스’ 의혹이 드러난 이는 수사 의뢰된 4명을 포함해 총 10명이다. 이는 5급 이상 전현직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서류 조사 결과로, 추후 권익위와 전수조사 과정에서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에 선관위는 사무총장 등 정무직을 대상으로 한 검증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누구보다도 공정해야 할 선관위가 최근 미흡한 정보보안 관리와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채용 등 문제로 큰 실망을 드렸다”며 “참담한 마음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선관위원장으로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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