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GS건설 등 대형건설사 부실시공 사고 잇따라
국내 대표 부동산 공기업 LH마저 배신, 국민 믿음 바닥
중대재해법부터 시작된 눈치싸움… "사업 위축 불가피"
시장 자체 위축될 가능성↑… "기업들 입장도 고려해야"

건설현장 곳곳에서 대형사고기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건설사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건설현장 곳곳에서 대형사고기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건설사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여러 불안 요소가 겹치면서 건설업계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우려됐던 건설사 부도사태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면서 중소건설사들의 우려가 커졌다. 최근에는 잇따른 부실시공 사태로 건설사들에 대한 신뢰도 바닥까지 떨어졌다. 아직 부족한 규제완화도 수많은 고민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건설업계의 무거운 분위기와 문제점 등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 등 굳게 믿었던 건설사들이 부실시공으로 대형사고를 일으켰다. 심지어 국내 대표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철근 누락 사태가 일어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됐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고조됐던 긴장감이 건설업계에 또 다시 맴도는 분위기다.

◆끊임 없는 '부실사고'… "도대체 뭐하는 건가"

과거부터 건설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히 발생했다. 대형건설사에서도 사회가 주목할 만한 사고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부동산시장에서는 너무나도 큰 사고가 잊을만 하면 터진다.

2021년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에서 철거 중이던 5층짜리 건물이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버스 탑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6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작은 실수로 대형참사가 터지면서 많은 피해자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올 4월에는 인천 검단신도시 한 신축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아파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고, GS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GS건설은 “이번 사조위 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입주예정자들께서 느끼신 불안감과 입주 시기 지연에 따르는 피해와 애로, 기타 피해에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충분한 보상과 상응하는 비금전적 지원까지 전향적으로 해드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사고 원인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국토교통부는 올 8월 철근 누락 LH 아파트 명단과 해당 아파트 설계·시공·감리사를 공개했다. 파주 운정과 남양주 별내, 아산 탕정 등 철근 누락 단지 15개 단지, 총 1만1168세대가 발표됐다.

부실은 설계, 감리, 시공 전 과정에서 발견됐다. 15곳 가운데 10곳은 설계 과정부터 지하주차장 기둥 주변 보강 철근이 누락됐고, 5곳은 시공 과정에서 설계 도면대로 시공되지 않았다. 아울러 추가 조사 결과 10개 단지가 점검 대상에서 빠진 사실도 뒤늦게 발견됐다.

대형건설사뿐만 아니라 가장 믿음을 줘야할 LH마저 부실시공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HDC현산과 GS건설, LH 모두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피해자들을 위한 보상 등을 약속했지만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했다.

국민들도 이미 건설업계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한 누리꾼은 “잊을만 하면 건설사들의 대형 사고가 터진다. 다른 건설사들도 부실시공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도대체 어디를 믿어야할지 모르겠다. 이미 입주한 사람부터 입주할 사람까지 모두 불안감에 떨어야 하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건설사들이 수익을 챙기려고 시공을 허술하게 하니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 얼마나 자기들 배를 부르게 하려고 이런 만행을 저지르는지 분노가 차오른다”며 “이제 사고에 따른 처벌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파주시 초롱꽃마을 LH3단지(파주 운정 A34) 지하주차장에 보강 공사를 위한 천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경기도 파주시 초롱꽃마을 LH3단지(파주 운정 A34) 지하주차장에 보강 공사를 위한 천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건설업계 초긴장, 실수 한 번이면 '논란의 중심'

착실하게 공사를 수행한 다른 건설사들은 억울할 수 있지만 잇따른 부실시공 사고로 등 돌린 국민들의 마음은 달래기 힘들 전망이다. 이제 작은 사고도 여러 언론에서 빠르게 보도되고 국민들의 눈과 귀에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건설업계는 지난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긴장의 나날을 보냈다.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것이 골자다.

매년 소중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취지는 좋지만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사업에 소극적으로 다가갈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중대재해법 처벌 이후에도 사망사고가 끊이질 않으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점도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

애매모호한 법안이지만 건설사들에게는 여전히 무서운 ‘회초리’다. 부실시공으로 사고가 잇따른 만큼 한 번의 실수로 기업 이미지에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건설업계는 말 그대로 ‘초긴장’ 상태다.

최근에는 사고를 유발한 건설사들에게 더 엄중한 잣대와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강해지는 분위기다. LH는 철근 누락 사태 이후 부실시공 유발업체 적발시 단 한번에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하고 중대재해 등 사고 발생 업체의 입찰 참가를 제한하기로 했다.

국내 건설사들의 순위 산정 기준이 되는 시공능력평가제도가 안전과 품질(하자 여부)을 중심으로 대폭 개편된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유죄가 확정되는 경우 시공능력평가액은 공사실적액의 10%만큼 깎인다.

부실공사로 벌점을 받으면 생기는 페널티(감점)도 대폭 확대된다. 검단 아파트 사태 등 최근 부실시공과 품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건설업계의 자정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에  내년부터는 건설사 순위에도 일부 변화가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시공능력평가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하자보수 시정명령, 시공평가, 안전관리수준평가, 환경법 위반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이번 개선안은 입법예고 등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시공능력평가 50위권 내 업체 중 3~4위 정도 순위가 하락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안전은 모든 건설사들에게 최우선 과제로 여겨지는게 맞다. 사고를 일삼는 곳은 강력한 처벌을 받는게 맞지만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는 배제할 수 없다”며 “엄중한 처벌을 내리는 한편 기업들의 입장을 고려한 방안도 제시돼야 한다. 공사기간이 늦춰지면 수요자들의 불만도 증폭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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