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실종'국힘 당대표 선거...당심, 탄핵 찬반 중 어디로?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국민의힘이 8·22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5일부터 대표 예비경선(컷오프) 절차에 돌입했다. 책임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50%씩 반영해 4명을 추리는 과정에서 당의 노선과 미래 비전이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예비경선에는 김문수, 안철수, 장동혁, 조경태, 주진우 후보가 등록했고 이틀간의 여론조사 이후 오는 7일 컷오프 통과자 4명이 발표된다.

당내에서는 김문수 전 장관과 장동혁 의원이 4강 진출 유력 후보로 꼽힌다. 두 사람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반대 입장을 견지했고 이재명 정부와 다불어민주당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해 보수 핵심 지지층의 선호도가 높다는 평가다.

김 전 장관은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향해 “극좌 테러리스트”라며 공세를 높였고 장 의원은 “내란 교사범”으로 규정했다. 윤 전 대통령 지지층 결집을 노린 전략적 메시지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특히 이들은 최근 논란이 된 극우 인사 전한길씨 입당 문제에 대해선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며, 보수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쇄신을 기치로 중도층을 겨냥한 모습이다. 다만 예비경선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 적용으로 상대적 불리함이 제기된다.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안 후보는 유튜브 인터뷰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이 먹히지 않는 이유는 메신저의 신뢰 부족”이라며 “혁신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는 강력한 인적 쇄신을 주장하며 “윤어게인, 전광훈 추종 세력은 단호히 절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두 후보의 쇄신 메시지는 강경보수 중심의 당심과 점점 멀어지는 형국이다. 탄핵 정국의 프레임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당내 기류가 중도 쇄신 노선을 압박하면서다. 

주진우 후보는 초선·최연소 타이틀과 ‘무계파’를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안철수·조경태 후보의 인적 쇄신론에는 공감하면서도, 개헌 저지선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현실론을 내세워 절충적 접근을 시도 중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 인사들의 2선 후퇴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주 후보는 이와 관련 “정당 내부 정비를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강성 지지층의 무게중심이 기울어진 상황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쇄신 전당대회’로 기획됐던 이번 레이스는 ‘반탄 vs 찬탄’ 프레임에 갇히며 쇄신 논의가 실종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한길씨 입당 문제를 둘러싼 소모적 공방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연일 강성 발언이 보수층 결집에 오히려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전대의 본질이 흐려졌기 때문이다. 

앞서 장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찬탄파를 향해 “당을 해산시킬지도 모른다”고 직격하면서 당내 전선 구도를 더욱 선명히 했다. 김 전 장관도 “이재명 인권 특검은 해산해야 한다”며 대여 투쟁 강화에 나섰다. 

결국 쇄신보다는 보수 결집과 구파-신파 간 프레임 대결로 흘러가는 양상으로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도도 떨어지는 분위기다. 

불출마를 선언한 한동훈 전 대표는 당권 레이스를 비판했다. 그는 “지금 국민의힘에 쇄신과 개혁은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안 하면 죽는 것’”이라며 “윤어게인과 부정선거 음모론을 극복하고 유능하게 정권을 견제할 대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예비경선이 당의 쇄신과 변화보다는 과거의 탄핵 프레임, 강경 대여투쟁, 극우 논란 속 당심 중심의 결집 정치로 흘러가고 있다”며 “쇄신을 외친 후보들은 구조적 한계 속에 고전 중이며, 전당대회의 의미는 점점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