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김병기 충돌 후 하루 만에 봉합, 민주당 ‘투톱 갈등’ 일단락
향후 대통령실·여당 간 주도권 다툼 가능성, 내부 긴장감 고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김병기 원내대표 발언 모습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김병기 원내대표 발언 모습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비 온뒤에 땅이 더 굳어질까. 

더불어민주당 ‘투톱’ 체제가 3대 특검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합의 파기 과정에서 일단 파열음을 낸 건 감출수 없는 현실이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당과 대통령실이 이 일련의 사태에서 한때 '(누군가의)책임론'마저 일었지만 누구도 앙금 누적과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는 현 상황이 확산되는 걸 바라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정청래 대표가 일단 외연상 '부덕의 소치'라며 사과와 화해의 손을 내밀고, 카운터 파트너격인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금은 '말을 아끼는 방식'으로 적전분열을 원치 않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약 14시간 만에 특검법 개정안 여야 합의가 대통령실과 민주당 강경파 목소리에 묻혀 파기됐고, 관련해서 '합의에서 파기'에 이르기까지 잘잘못을 가르는  '진실규명'도 현 민주당 상황에서는 '일단 멈춤'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대표는 전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가 상대방과의 차이보다 크겠느냐”며 “죽을 고비를 넘기며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이자 동지다"며 "당·정·대가 원팀·원보이스로 내란 종식과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뛰자”고 힘줘 말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이날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검법 수정안과 관련한 논란에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했다. 

당초 투톱간 나아가 당과 대통령실간 이견이 강하게 노출된 발화점은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특검기간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국민의힘과 체결한 그 거였다.

특검 수사기간 연장과 인력 증원 폭을 일부 양보하는 대신, 국민의힘이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법안에 협조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하지만 이후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후퇴된 합의”라는 격렬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지도부는 곧바로 ‘재협상’을 선언했고 정 대표는 “지도부 뜻과 달랐다”고 언급해 논란을 키웠다.

김 원내대표의 책임론이 한 순간에 불거지면서 일각에서는 성토와 퇴진의 비핀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특검 합의건에 대해 "몰랐다. 그렇게 바라지 않았다"며 강하 거부감을 표출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합의 전 지도부·법사위·중진 의원들과 긴밀히 상의해왔다며 억울함을 토로했고 정 대표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정 대표가 “부덕의 소치”라며 고개를 숙였지만, 여권 투톱이 공개적으로 충돌한 장면은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정 대표가 하루 만에 화해 제스처를 취한 배경에는 지도부 결정이 강성 지지층의 여론에 휘둘린다는 비판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사태는 민주당 내 원팀 기조에 균열이 생겼음을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김 원내대표도 추가 확전은 피하는 듯한 모습이다.

정 대표가 '전우ㆍ동지론'을 앞세워 단일대오를 강조했던 그 최고위원회의에 김 원내대표가 불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정 대표 옆자리에 앉았다.

그는 공개 모두발언에서도 미국에서의 한국인 구금 사태 등 현안만 거론하고 3대 특검법 합의 번복 사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전날 오후 정 대표가 주재한 비공개 최고위에 불참하고 "정청래한테 사과하라고 하라"며 공개적으로 격앙된 모습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그럼에도 방송에 노출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머쓱하고 냉랭한 모습을 볼때 모든 앙금이 다 씻긴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당내 한 관계자는 평가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느라 지도부가 원칙보다 감정에 휘둘린 게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며 “검찰개혁 같은 중대 입법 과정에서 또다시 비슷한 내홍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정 대표가 단합을 강조하고 김 원내대표도 추가 행동을 자제한 것은 투톱 간 갈등이 여권 진영 전반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하지만 향후 검찰개혁 입법 과정에서도 당내에서, 당과 대통령실간 유사한 내홍이 재연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수 없을것 같다.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설치 등 큰 틀은 정리됐지만, 보완수사권 부여 여부 등 핵심 쟁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구더기가 싫다고 장독을 없앨 순 없다”며 일정 부분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당내 강경파는 “보완수사권 자체가 검찰 직접수사의 연장선”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실도 세부 조율은 국회와 정부가 함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를 고려할때 '특검 개정안 파기'후유증을 거울삼아 당분간 당정 등 여권 내부에서 주도권 다툼의 섣부른 공개행동보다는 사전 조율과 합의를 거친 각각의 개혁 목소리를 낼 소지가 큰 것으로 보인다.

개혁정국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이재명 정권의 '집안 다툼'에서 어부지리를 얻을 상대가 누구인지를 당정대가 잘 인식하고 있어서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특검법 합의 파기를 두고 "이재명 정권의 합작 사기극이다"고 목청을 돋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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