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엔 냉랭, 주가엔 환호" 민주당, 부동산 불만 달래기 나서
여론조사서 2주 연속 지지율 하락, 코스피 상승이 방패 역할
연내 상법 개정·세제 개편 추진 "주식시장 신뢰 회복 최우선"

더불어민주당이 코스피 지수 4000 돌파를 계기 삼아 재테크족 민심 잡기에 열중이다. 사진=정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코스피 지수 4000 돌파를 계기 삼아 재테크족 민심 잡기에 열중이다. 사진=정현호 기자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과천 향교 입구, 가을 단풍을 만끽하려 관악산에 오르는 길목에 등산객들 눈을 사로 잡는 두 개의 프랑카드가 현 정국을 상징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코스피 5000'을 내걸고, 국민의힘은 여권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면서 재(財)테크와 주(住)테크족의 표심을 자극한다.

부동산 정책의 후폭풍에 지지율이 흔들리자 여권이 ‘코스피 4000 시대’를 새로운 정치적 돌파구로 삼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코스피 5000”을 향한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재차 강조하며, 증시 부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인 민주당은 최근 문재인 정부 시절의 ‘부동산 악몽’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자, 공급 확대와 세제 조정 카드를 꺼내 불안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도 ‘합리적 시장 조정’을 내세워 현 정책 기조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 당정 간 온도차 속 여당 지도부는 “주가 상승이 여론을 지탱하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런 상황에 민주당은 지난 27일 코스피 4000 돌파를 맞아 환호했다. 정청래 대표는 주식시장 개장 시각에 맞춰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순간 종합주가지수가 4000을 넘어섰다”며 “국운이 계속 상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이재명 정부의 외교 노력과 내란 종식 추진이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며 “코리아 프리미엄의 서막”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내심은 복잡하다. 10·1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직후부터 ‘대출 규제’와 ‘수도권 규제지역 확대’에 대한 불만이 커지며, 실수요자 중심의 반발 여론이 확산됐다. 

여기에 구윤철 부총리와 김병기 원내대표, 이상경 전 국토부 1차관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의 갭투자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내로남불 정부”라는 비판이 고개를 들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뢰로 발표한 10월 4주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51.2%로 1%포인트 하락했고 민주당 지지율도 44.1%로 2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국민의힘의 경우 37.3%로 소폭 반등했다.

해당 조사는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상대로 조사가 이뤄졌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는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5%로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2.0%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와 관련 “부동산 대책이 불씨가 됐지만, 증시 상승세가 지지율 하락을 완화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시절의 ‘부동산 악몽’과 이재명 정부 부동산정책을 연계해 주테크족의 표심에 구애중이다. 사진=정현호 기자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시절의 ‘부동산 악몽’과 이재명 정부 부동산정책을 연계해 주테크족의 표심에 구애중이다. 사진=정현호 기자 

대통령실은 뒤늦게 부동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MBC 라디오에서 “일부 불편이 일어나는 점은 송구하다”며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불가피한 정책 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설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 지방선거는 완패”라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한 여당 관계자는 “지금은 주가가 여론의 버팀목이지만, 거품이 꺼지는 순간 반등 여지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민주당은 ‘코스피 민심’을 붙잡기 위한 입법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연내 자사주 매입 세제 개편과 소액주주 보호 확대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 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노력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며 “정부가 노력하는 김에 여당이 주장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시장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35%로 설정한 세제 개편안을 내놨다, 다만 여당 내부에서는 “투자 활성화를 위해선 과감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세율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세율을 25%로 낮추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11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세율을 25% 수준으로 조정하고 시행 시기를 내년으로 앞당기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오 의원은 “자사주 관련 문제는 특위를 중심으로 논의하면서 당정 협의도 병행 중”이라며 “투자자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고 있고 원칙적으로 자사주 소각을 전제로 제도를 정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내 자사주 제도·세제 개편 논의에 집중하고 이후 스튜어드십 코드와 공시제도 개혁으로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해식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역시 “주주 충실의무제와 집중투표제 도입 등 두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이 자본시장 신뢰를 높였다”며 “이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중심으로 한 3차 상법 개정으로 일관된 개혁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은 이를 “투자자 신뢰 회복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증시로 부동산 불만을 덮는 임시 처방일 뿐”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증시 실험이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보면서 ‘왕개미 대통령’의 시장 자신감이 정부와 여당의 흔들린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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