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실질실효환율 지수 89.09, 외환위기와 비슷
환율 1500원대 진입 가능성… "방어 힘들 수도 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금융시장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금융시장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고정빈 기자] 원화의 실질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로 추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오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면서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3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89.09로 전월 대비 1.4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지난 3월(89.29)보다 낮은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나타내는 환율이다. 이는 기준 시점과 현재 시점 간의 상대적 환율 수준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수치가 100을 넘으면 기준 연도 대비 고평가,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돼 있다고 간주한다. 결국 국제 교역에서 원화 구매력, 즉 원화 실질 가치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8월 말(88.88) 이후 16년2개월 만에 최저치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으며 외환위기를 통과한 1998년 11월 말 당시(86.63)와 비교해도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이다.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외환위기 당시 최저 68.1, 금융위기 당시 최저 78.7까지 떨어졌다. 2020년 10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100선을 웃돌다가 이후 90 중반대를 맴돌았다.

지난달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BIS 통계에 포함된 64개국 중 일본(70.41), 중국(87.94)에 이어 세 번째로 수치가 낮았다. 이달에도 원화가 다른 나라 통화보다 큰 폭으로 약세인 만큼 실질실효환율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미 환율은 지난 21일 주간 거래 장중 1476.0원까지 치솟았다.

박형준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보다 매파적인(통화 긴축 선호) 결정을 내릴 경우 달러 강세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따른 엔화 약세도 환율 상단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며 "이런 요인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1500원선도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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