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EV 릴레이' 분리 의결… 내달 출범
"향후 대규모 투자 필요 시 IPO 가능성도"

LS일렉트릭은 전날(28일) 정기주총을 열고 전기차 핵심 부품인 EV릴레이 생산 부문 분할 안건을 승인했다. 분할은 물적분할로 진행된다. 사진=LS그룹 제공
LS일렉트릭은 전날(28일) 정기주총을 열고 전기차 핵심 부품인 EV릴레이 생산 부문 분할 안건을 승인했다. 분할은 물적분할로 진행된다. 사진=LS그룹 제공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LS그룹의 자회사인 LS일렉트릭이 전기차 핵심 부품인 ‘EV 릴레이(Relay)’ 생산 부문을 물적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 분할로 냉가슴 쓸어내렸던게 엊그제 같은데 또 한번 파고가 밀려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증시 전문가들은 물적 분할 이후 LS일렉트릭이 경영 효율성 제고와 신사업 성장 확대에 따라 주가가 긍정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은 전날 경기 안양시 LS타워에서 제48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분할계획서 안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일자로 EV릴레이를 생산하는 신설회사 ‘LS이모빌리티솔루션(가칭)’이 출범할 예정이다. LS일렉트릭은 신설법인의 지분을 100% 보유하게 된다. 분할 후 LS일렉트릭의 주력 사업은 전력 송·변전 솔루션, 스마트 에너지사업만이 남게 됐다.

EV릴레이는 수소·전기차에 들어가는 전력 제어용 부품으로, 전기·수소차를 구동하는 파워트레인에서 배터리의 전기 에너지를 공급하거나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물적 분할 소식 이후 LS일렉트릭의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에서 LS일렉트릭은 전 거래일 대비 1.66% 내린 4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3.52% 하락한 후 약세가 이어진 모습이다. 처음으로 물적 분할을 발표했던 지난 2월8일 이후 주가는 10.21% 급락한 바 있다. 

이동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LS일렉트릭의 EV 릴레이는 대부분 전기차용으로 전기차는 본업인 전력기기와는 산업 사이클과 접근 방법이 다르다”며 “이번 물적 분할이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력기기에서 전력플랫폼 회사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신사업 분야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기대가 밸류에이션을 형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력인프라는 데이터센터와 배터리 산업을 중심으로 수주 잔고가 역대 최고로 늘어난 상태”라며 “890억원 규모 임자도 프로젝트, 3300억원 규모 비금도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하면서 신재생 사업부가 지난해 부진을 딛고 큰 폭으로 성장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LS일렉트릭은 이번 물적 분할 배경을 세계적인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맞춰 친환경차 부품사업이 신성장 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부품사업을 독립시키면서 사업구조를 단순화해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사업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주총에서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기존 사업인 전력·자동화 사업과 EV릴레이 사업은 업의 본질과 업무 프로세스가 매우 다르다”며 “이번 분할의 목적은 오직 EV릴레이 사업의 성장 및 이를 통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증대”라고 강조했다.

앞서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을 지켜봐 온 투자자들은 신설법인 상장을 통한 모회사 가치 하락을 우려했다. 신설법인이 이후 상장을 강행하면서 기존회사 주가를 간접적으로 끌어 내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고성장 자회사의 상장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국내 대기업들이 회사 내 주력 사업부를 물적 분할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정당한 보상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온라인 종목 투자 게시판에는 “여기도 이제 LG화학 뒤따라 가겠네”, “물적 분할이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수단이라니… 말도 안돼”, “12% 지분 보유한 국민연금은 누굴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가. 우리나라 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이유가 국민연금이 보유한 기업 지분이 자기들 지분이나 다름없어서네”라는 비판과 분노의 글이 올라왔다.

이 같은 움직임 속에 LS일렉트릭 측은 상장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구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지금 회사로서는 기업공개(IPO)를 전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EV릴레이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는 시장으로 향후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예측하지 못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회사 입장에선 IPO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 중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겨뒀다.

LS일렉트릭은 배당을 확대해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3년 동안 최소 40% 이상의 배당 성향을 유지하고, 최소 주당 1000원의 배당금을 보장했다. 또 모회사인 LS는 오는 6월까지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전기 현금배당성향은 37.87%에 주당 110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번 기 현금배당성향과 배당금은 각각 34.61%, 1000원으로 전기보다 낮아졌다.

구 회장은 “주주들의 걱정과 불안을 잘 알고 있지만 회사는 최선을 다해 주력사업인 전력과 자동화 사업을 더욱 내실있게 성장시켜 회사의 가치를 높일 예정”이라며 “주주들과 그 과실을 공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추진 정책을 발표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그는 “LS일렉트릭은 주주의 책임경영 실현을 명분으로 내세웠고, 향후 모회사의 지분 처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사주 매입 이상의 효과를 가질 것”이라며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 발표는 저가 매수 기회”라고 판단했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 역시 물적분할 문제에 공감을 나타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앞서 후보시절 상장회사가 물적분할을 해 자회사를 떼어낸 후 다시 상장하면 기존 모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주주에게 자회사의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자회사의 공모주 청약 시 모회사 주주에게 일정 비율의 주식을 배정해 청약하도록 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윤 당선인은 “최근 일부 기업에서 핵심 산업을 분할하는 결정을 하면서 주가가 하락해 많은 투자자가 허탈해하고 있다”며 “기업의 미래를 보고 투자한 주주들을 보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LS일렉트릭은 이번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 ▲분할계획서 승인 등의 상정 안건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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