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속 안정화 찾은 HMM, 경쟁력 강화 추진
미래성장 전략 수립, '균형성장·디지털 전환' 본격화
SM상선·팬오션, 신규노선 확충 등 사업다각화 활기

2017년 한진해운 파산 후 위축됐던 해운사들이 정부 지원 속에 되살아난 모습이다. 사진=HMM 제공
2017년 한진해운 파산 후 위축됐던 해운사들이 정부 지원 속에 되살아난 모습이다. 사진=HMM 제공

조선·해운업계가 모처럼 찾아온 호황을 기회 삼아 글로벌 해양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해 나섰다. 앞서 조선업계는 중국 저가 수주 공세에 밀려 내준 전 세계 선박 발주시장 1위 자리를 되찾았고, 해운업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가한 물동량에 힘입어 상승세다. 이들 업계는 각각 선종 다양화와 사업 다각화 등의 전략을 추진한다. 이에 각 사별로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력 강화 노력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호황기를 맞은 해운업계가 미래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냈다. 산업환경 변화 속 글로벌 선사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세계 8위 선사로 성장한 HMM을 주축으로 해운업계 성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림그룹을 모기업으로 둔 팬오션과 SM그룹 내 SM·대한상선 등도 규모를 키우며 새로운 성장에 나설 준비 태세를 갖췄다.

HMM은 지난해부터 실적 상승세를 보인데 이어 올해 1분기도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투자 여력을 키웠다. 사진=HMM 제공
HMM은 지난해부터 실적 상승세를 보인데 이어 올해 1분기도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투자 여력을 키웠다. 사진=HMM 제공

◆투자 여력 키운 HMM, ‘톱클래스’ 도약 선언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로 평가받는 HMM이 선제적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신호탄을 쐈다. 이는 2017년 한진해운 파산 후 줄어든 선복량 회복과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체제 구축을 위한 것이다.

정부는 해운산업 재건을 목적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신조 등을 지원해 왔다. HMM은 정부 지원과 수출중심의 국내 무역구조에 힘입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었다. 회사는 안정화에 접어든 이후 중소기업 등의 수출품 운송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민의 세금이 HMM 지원에 투입된 만큼 이에 보답하겠다는 의미다. 2020년 코로나19 후 전 세계적으로 항만 적체가 벌어지는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회사는 지속적으로 임시선박을 투입해 국내 물류대란 해소에 기여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적인 물류난으로 해상운임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는 회사에 호재로 작용했다. 실제 HMM은 지난해 2분기부터 실적 호조를 보인 데 이어 올해 1분기도 창사 이래 최초로 3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상승세가 이어졌다.

투자 여력이 생긴 회사는 성장세 유지를 위한 전략을 마련했다. 중점 전략은 ▲컨테이너와 벌크선사업 균형성장 ▲환경규제에 따른 대응 ▲디지털 가속화 ▲조직역량 강화 등이다. HMM은 이에 맞춰 15조원의 투자를 단행할 방침이다. 

회사는 투자금액 중 선박·터미널·물류시설·컨테이너 장비 등 핵심자산 관리에 10조원을, 친환경 연료 선박에 5조원 투자할 예정이다. 저탄소·친환경 선박 도입을 추진하고, 축소된 벌크선사업을 컨테이너 운송과 같은 규모로 키우는 등 전체적인 사업 체질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디지털 가속화의 경우 차세대 해운물류 전자플랫폼인 하이-쿼테이션 등의 도입을 앞당겨 온라인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한다. HMM은 이를 통해 톱클래스 선사로 도약한다는 각오다.

김신 HMM 컨테이너 사업총괄은 지난 14일 열린 HMM 미래비전 발표를 통해 “어떤 선박 사이즈를 얼마나 하는 부분 등을 검토 중”이라며 “노선확보를 통해 대형선과 신흥시장의 중형선, 아시아지역 소형선 등 다양한 선박 확대를 위해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림그룹을 모기업으로 둔 팬오션은 친환경 설비와 사업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팬오션
하림그룹을 모기업으로 둔 팬오션은 친환경 설비와 사업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팬오션

◆중소선사 대약진… 정부 ‘해운강국’ 목표에 앞장

HMM 외 중소선사의 약진도 눈에 띈다. 하림그룹과 SM그룹 등 든든한 모기업 지원을 바탕으로 팬오션과 SM상선, 대한상선도 사업 확대에 나선 상태다. 팬오션은 지난해 포스에스엠, 한국조선해양, 포스코, 한국선급 등 총 7개사와 ‘차세대 친환경 스마트 벌크선 연구’를 위해 손잡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는 등 친환경 에너지 활용에 기술 개발 관련 실증 작업이 한창으로 협업을 통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팬오션 역시 사업다각화 등의 노력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2959억원, 5146억원을 기록했다.

팬오션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를 통해 급변하는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며 “성장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 중으로 친환경 설비와 사업에 대한 투자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M그룹에 든든한 지원으로 성장한 SM상선은 올해 2월 단독운항서비스로 전환해 매출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SM상선
SM그룹에 든든한 지원으로 성장한 SM상선은 올해 2월 단독운항서비스로 전환해 매출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SM상선

국내 양대 국적 원양선사로 성장한 SM상선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물류 공급망과 해운 환경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회사는 화물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보유한 컨테이너 선박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노선 확장도 추진 중이다. 미주노선의 경우 2024년까지 동안 노선 신규 개설을 비롯한 물동량 수요가 증가하는 미국 동부 최대 항만인 뉴욕·사바나·찰스턴 등을 기항하는 노선을 추가로 확충해 신규 선박을 투입하기로 했다.

앞서 회사는 세계 최대 해운 얼라이언스인 2M(Maersk·MSC)과 공동운항 및 선복교환을 통해 운영 원가를 절감하는 등 서비스 경쟁력을 높였다. 2M과 협력 기간은 올 2월 만료돼 단독운항 서비스로 전환됐다.

SM상선 관계자는 “기존 기항지는 유지 중으로 서비스 품질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단독운항 체제로 기존보다 오히려 가용 선복량이 증가했다. 새롭게 늘어나는 물량에 대응해 선복 활용과 판매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회사는 미주서안 북부 서비스도 강화했다. 단독운항 체제 이점 극대화하려는 조치로 기존 기항지에 캐나다 프린스루퍼트항을 추가했다. 미국과 캐나다 내륙향 물량 확보로 수익성 증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진해운 파산 후 이뤄진 해운재건 1차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정부 차원에 해운업 지원이 활기를 띠는 등 중소선사의 역내항로 경쟁력 강화라는 2차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해운강국’으로 HMM에 이어 중소선사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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