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2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 기록
매물적체·거래절벽 심화… 얼어붙은 주택시장
하반기에도 주택가격 하락 전망 우세
전문가들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하락세 지속"

최근 정부의 잇따른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강화로 주택시장이 얼어붙었다. 사진=이태구 기자
최근 정부의 잇따른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강화로 주택시장이 얼어붙었다. 사진=이태구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특히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부동산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달라지고 방향성도 바뀌고 있다. 이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주택시장부터 혼란스러운 임대차시장, 기대감이 큰 재건축·재개발시장의 현 상황을 점검하고 전망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집값은 이례적으로 급등했다. 수요자들의 내집마련 꿈은 더욱 멀어졌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시장은 변화에 휩싸였다. 시장에 매물이 쌓여가고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아파트 가격 상승세도 꺾였다. 과연 집값이 지금과 같은 내림세를 이어갈지 다시 상승세로 전환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침체에 빠진 부동산시장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6% 하락했다. 수도권(-0.06%→-0.08%)과 5대광역시(-0.06%→-0.07%) 등 모든 지역에서 하락세가 짙어졌다. 특히 서울(-0.05%→-0.07%)은 2년3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권역별로 보면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0.01%)만 유일하게 상승세를 나타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기대감으로 상승세가 지속됐던 용산구(-0.05%)도 전주(-0.02%)보다 하락 폭이 확대됐고 특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으로 불리는 외곽지역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경기(-0.08%)와 인천(-0.10%) 등 지역도 마찬가지다.

전세시장도 비슷하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0.05%)은 전주(-0.03%)보다 0.02%포인트 하락했다. 서울(-0.03%)은 전주와 동일한 하락폭을 기록했다. 수도권(-0.05%→-0.06%)과 경기(–0.05%→–0.07%)도 마찬가지다. 반면 인천(-0.10%)은 전주(-0.11%)보다 하락 폭이 조금 줄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세부담 완화 예고로 일부 매물회수 움직임이 나타났지만 추가 금리인상 우려에 따른 가격 하방압력이 크게 작용했다”며 “매수 관망세가 장기화되면서 하락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최근 주택시장은 하락세가 짙어지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4271이다. 지난해 동기(4만2658건) 대비 50% 증가한 수치다. 금리인상과 고점인식 등이 맞물리면서 매물적체 현상이 지속되는 분위기다.

아울러 관망세가 지속되면서 거래절벽 현상도 심화되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신고 일자 기준)는 18만4134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적었다. 연도별로 상반기 아파트 매매량이 20만건을 밑돈 것은 올해와 2019년(19만8182건)뿐이다.

자연스럽게 매수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5.0으로 지난주(85.7)보다 0.7%포인트 떨어졌다. 2019년 7월8일(83.2)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12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부동산시장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아파트 경매시장도 침체기에 빠졌다. 이달 서울 아파트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26.6%로 2008년 12월(22.5%) 이후 13년7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도 전국 90.6%, 수도권 93.4%로 집계됐다. 각각 1년10개월, 2년6개월 만에 기록한 가장 낮은 수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집값 하락세가 짙어지면서 하반기 주택 매매가격 전망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새 정부 출범 이후 집값 하락세가 짙어지면서 하반기 주택 매매가격 전망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초미의 관심사, '집값 전망'

이처럼 새 정부 출범 이후 모든 부동산 지표가 하락을 나타내면서 수요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포기했던 내집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조금씩 부푸는 분위기다. 

집값은 앞으로도 당분간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이 자사 애플리케이션 내 접속자 17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1.9%가 주택 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별로는 서울(63.2%)과 경기(63.7%), 인천(61.0%) 등 수도권에서 하락을 예상하는 응답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가 꼽혔다.

일반국민뿐만 아니라 공인중개사들도 하락을 예상했다. 국토연구원이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2338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7.6%가  하반기 집값이 상반기보다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에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은 9.3%에 그쳤다.

물론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얼어붙은 주택시장과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등 하방압력으로 최근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올 하반기 집값 내림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생애최초 구매자와 서민·실수요자들이 완화된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적용 받아 중저가 아파트의 급매물 거래에 나설 수 있다”며 “다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총대출액 1억원을 넘는 차주로 확대되고 금리 추가 인상, 경기 불확실성, 계절적 비수기 등이 맞물리며 매수심리가 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거래시장의 부진한 흐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값 상승 피로감이 큰 상황 속에서 수요자 민감도를 고려할 때 주택 거래 관망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올 하반기 주택가격은 추가 금리 인상,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등 외부적인 요인이 계속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매수 위축도 이어지면서 하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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