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청약 경쟁률 14대 1… 증거금 1834억원에 그쳐
고평가된 기업가치와 적자 기업 이미지가 발목 잡아
"하반기, 대어급 공모 다수 대기중… 평년 수준 이상"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쏘카가 일반투자자 청약에서 14대 1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으며 공모주 시장에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침체된 기업공개(IPO) 시장에 활력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되레 더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11일 이틀간 진행된 쏘카 일반청약 최종 경쟁률은 14.4대 1로 집계됐다. 청약 첫날 경쟁률이 3.33대 1로 마감한 것을 고려하면 둘째 날 청약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대표 주관사 미래에셋증권과 공동주관사 삼성증권·유안타증권을 통해 이 기간 접수된 총 청약 건수는 약 4만6000건이었으며, 최종 청약 증거금은 1834억원이었다.
최근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들의 경쟁률이 수천대 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특히 비슷한 시기(9~10일) 일반청약을 진행한 대성하이텍의 일반청약률이 1136.44대 1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대어급’으로 기대를 모은 쏘카의 성적은 더욱 초라하다.
시장에선 조 단위 시가총액의 대어 출현으로 기대감이 컸다. 쏘카의 상장 성공에 따라 IPO 시장에 온기가 돌며 시장 입성을 미뤘던 기업들의 IPO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앞서 지난 1월 LG에너지솔루션 이후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대명에너지, 보로노이, 현대오일뱅크 등 대형 IPO의 일정 철회·연기가 이어지며 시장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이런 상황에서 쏘카의 부진은 공모주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확대되고 있다. 쏘카의 공모를 지켜보며 하반기 출격을 준비하던 기업들도 고민이 깊어졌다. 증시 회복세를 기대하며 재정비 중이었으나 쏘카로 공모주 투심이 위축돼 이들의 공모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마켓)컬리, 케이뱅크 등이 상장을 준비 중이다.
시장에선 쏘카의 참패를 고평가된 기업가치가 일반청약 투자자의 눈높이에 못 미쳤다는 부분과 적자 기업이라는 점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회사 자체에 국한된 문제로 봤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하반기에는 여러가지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공모 시장이 평년 이상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배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스팩 소멸 합병 제도가 신설되면서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이 늘어나고 있고, 공모가를 낮춰 IPO를 재추진하는 사례도 있다”며 “또 잇따른 악재로 상장에 어려움을 겪던 바이오 업계도 다소 살아나는 조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변동성 큰 장세지만 상장 이벤트 증가로 투자 다양성은 확대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쏘카 외에도 야놀자(예상 기업가치 10조원), 케이뱅크(8조원), 컬리(5조원), 교보생명(3조5000억원), 오아시스(1조원) 등 조단위 대어급 IPO가 예고됐다”고 말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신규상장 기업수는 총 89개로 연간 70개 수준(2015~2020년 6년간 연평균 70.5개)의 신규상장 기업수는 ‘IPO 호황’이라는 단어보다는 대한민국 증시의 기초체력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올해 코스피·코스닥에 신규상장될 기업수 전망치는 전년보다 12개 감소한 78개지만 평년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최 연구원은 “공모 기업수가 신규상장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의 횟수라면 공모 규모는 시장의 규모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관점에서 실제적으로 더욱 중요한 변수”라며 “올해 신규상장 시장의 공모 규모는 지난해의 역대급 규모(20조원)를 넘어서는 23조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공모 절차를 마무리한 쏘카는 오는 22일 코스피에 상장한다. 쏘카는 이번 공모자금을 활용해 모빌리티 밸류체인 내 업체들과의 인수·합병(M&A), 지분투자를 단행하며 사업 영역을 다각화할 전략이다. 또 카셰어링과 전기자전거, 공유주차 플랫폼, KTX와 숙박 등 예약이 가능한 '슈퍼앱' 역량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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