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한파에 난방 수요 급증, 날 풀리기 전까진 서민 부담 가중
올 2분기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 국민 반발 목소리↑
정부·여·야, '발등에 불'… 여러 대안책 꺼내며 민심 달래기 나서

지난해 12월 사용분에 대한 ‘난방비 폭탄’ 고지서를 받아든 서민들이 다음 달 청구될 비용 부담 등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12월 사용분에 대한 ‘난방비 폭탄’ 고지서를 받아든 서민들이 다음 달 청구될 비용 부담 등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정부의 전기, 가스요금 인상 기조에 따른 난방비 폭탄 청구서를 받은 가구가 속출했다. 문제는 이달부터로 잦은 한파에 다음 달 고지될 주택 관리비 청구서엔 난방 요금의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는 급등한 난방비 문제에 대한 성토 글이 잇따랐다. 지난해 12월 전기, 가스 사용량에 대한 청구서를 받아든 일부 국민은 분노를 표출했다. 올겨울 잦은 한파는 민심을 들끓게 했다. 

동절기 난방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네티즌들은 난방비 폭탄은 이제 시작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달 서울 도시가스 소매요금의 경우 1메가줄(MJ)당 19.69원으로 1년 전 14.22원 대비 38.4% 올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에너지 가격 변동성과 한국전력공사(한전)와 한국가스공사가 처한 재무구조 악화 등은 난방비 폭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싷제 한전은 지난해 30조원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으며,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9조원가량으로 치솟았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롯된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수급난은 서민 경제를 시련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선 전기와 가스요금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추가 인상을 고려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난방비 급등에 대해서 글로벌 LNG 가격이 상승했던 2021~2022년 요금인상 시기를 놓친 상황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며 결국 난방비 폭등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부는 이와 관련 지난 25일 “총 7차례 요금 조정 시기가 있었으나, 인상된 국제 가격을 반영하지 않고 모두 동결했다”며 “겨울철 난방 수요가 집중되는 점을 고려해 국민부담 완화를 위해서도 올해 1분기 요금동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스요금 인상은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미국·영국·독일 등 세계 주요국 또한 전년 대비 주택용 가스요금이 최대 4배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폭등한 난방비 청구 비용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는 데이터까지 제시하며, 산업부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벌써부터 올 2분기 각 요금들의 추가 인상 시도가 있을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등 분노한 민심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난방비는 서민 생활과 직결된 문제로 취약계층뿐 아니라 중산층까지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일부 네티즌은 요금인상은 이미 기정사실로 굳어진 가운데 난방비가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의장은 이날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집권당으로서 송구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부랴부랴 민심 달래기에 총력전으로 나섰고, 에너지 바우처 확대 등의 카드를 꺼냈다.

가스비 등의 요금 현실화에 서민들이 받는 고통이 심화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거들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난방비 급등 문제 대안으로 7조5000억원 규모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 지급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물가 인상·에너지 가격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등 대책은 신속하고 확실하게 추진돼야 한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 국민의 난방비 폭등에 따른 고통을 줄여주는 방안을 정부·여당과 협의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수급 불안과 가격 변동은 겨울철 기온하락에 한층 심화될 전망으로, 정부와 여야가 내놓은 대책이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에너지 업계에선 유럽 주요국의 천연가스 사재기에 우리나라가 희생양이 된 것으로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LNG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겨울철 내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억제해 왔던 요금 인상의 둑은 지금에서야 터진 것으로 뒤늦게 정부가 이달 전기·도시가스 가격을 일부 인상했음에도 한전과 가스공사 재무 개선 속도는 더디다. 요금인상 이외엔 뚜렷한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비정상적인 전기, 가스요금을 정상화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과도한 인상에 부작용은 충분히 예상됐던 상황”이라며 “경기침체 속 서민 부담 경감을 위한 대책에 적용 범위는 노인과 장애인 등 극소수에만 한정됐고, 에너지 감축·효율화에만 중점을 둔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당장 정부는 취약계층의 부담 완화를 위해서 에너지 바우처 지원, 가스요금 할인액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가스공사도 이에 맞춰 160만가구에 요금 할인 폭을 높여 최대 7만2000원까지 비용 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다. 

야당도 정부가 내놓은 지원 방안에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취약계층뿐 아니라 서민과 중산층 피해도 크다며 지원 범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소득 하위 80%가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핵심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주 원내대표는 난방비 폭탄 관련 “(에너지바우처 지급의 경우) 취약계층은 당연하고 그 이상 범위를 확대할 여력이 있는지 한정된 재원을 갖고 다음 주 당정협의나 전문가 의견을 들은 뒤 방향을 잡으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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