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상엔 조 단위 이익, 현실은 '자본잠식' 수준
적자 분 미수금 처리, '독특한 회계방식'이 원인

한국가스공사 본사 전경. 사진=한국가스공사 제공
한국가스공사 본사 전경. 사진=한국가스공사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한국가스공사의 누적 미수금 규모가 지난해 기준 약 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으로 요금이 동결돼왔던 탓이다.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세 속 증권가가 제시한 가스공사의 지난해 영업익 전망치는 1조8000억원대다. 미수금은 곧 적자로 해석되며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상황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7일 증권가에 따르면 각 증권사가 제시한 가스공사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전망치 평균은 1조8585억원, 1조852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50%, 13% 오른 수준이다. 

반면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주택용(민수용) 기준 2020년 말 1941억원에서 2021년 말 1조7656억원으로 늘었다. 미수금이란 가스공사가 재무제표상의 적용하는 회계 처리 방식이다. 이에 지난해 말 미수금 규모는 9조원까지 뛰었다. 

표면적으로 장부상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원대를 넘어섰지만, 사실상 적자 폭과 손실은 커지고 있다. 실제 가스공사는 적자분을 미수금 자산(기타 자산)으로 분류해 놓고 추후 요금 인상으로 이를 회수해왔다. 

하지만 연이인 요금 동결에 막혀 미수금 회수가 지연돼왔다. 설상가상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내 에너지가격 급등을 부추겼고, 공사는 밑지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해외에서 비싸게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해 민간에 싸게 팔았고, 자금줄도 점차 말라가는 가운데 가스공사의 장부상 실적은 현실과 괴리가 있는 것. 업계에서는 미수금을 온전히 손실로 처리한다면 공사는 현재 ‘자본잠식 상태’라고 평가한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도 지난해 12월 기자들과 만나 “취임해서 보니 공사의 재무구조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LNG 현물 가격 상승, 미수금 증가 등으로 최악의 경우 디폴트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사의 재무도 위기지만, 연초 국민도 ‘난방비 폭탄 청구서’를 받는 등 관심은 자연스럽게 가스요금 인상 가능성에 쏠린다. 일각에선 가스공사 미수금 회수를 위해선 최소 현행 요금에서 3배가량이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물가 상승 등으로 고통을 겪는 서민층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 고금리, 난방비 폭탄에 공공요금까지 줄줄이 오르면서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적자난에 빠진 가스공사도 빚을 내 배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공사가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대주주들에 대한 배당이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장부상 손실이 없을 땐 매년 순이익의 23.5~40.8%의 배당금을 지급해 왔다. 현재 대주주로는 정부와 한국전력공사(한전) 등이 있다. 

현재 정부는 가스공사의 경영 악화을 이유로 가스요금 추가 인상을 예고한 상태로 당장 4월부터 메가줄(MJ)당 39원을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침체와 공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배당이 지급될 경우 또 다른 논란이 될 수 있다. 올 3월 혹은 4월 중 가스요금 인상이 유력시되는 등 서민들의 부담도 한계치에 달하는 모양새로 논란을 더욱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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