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 정유사 "구성원들 보상도 크게 쏜다"
온라인커뮤니티 직장인 사이 연일 핫이슈로 언급
"어려운 시기 모두 고생했는데" 차별 논란도 나와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국내 경기침체 국면 속 사상 최대급 실적을 올린 정유·가스·배터리 분야 기업이 쏘아 올린 성과급, 격려금 지급 논란이 타 업종으로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일부 업종에선 노동조합(노조) 중심 구성원들의 단체행동 움직임까지 보이는 상황이다.
7일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업종 간 성과급 규모, 격려금 자급이 이슈로 떠올랐다. 매년 나오는 이슈지만 올해의 경우 경제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된 만큼 기업 간 성과급 규모 등이 비교 대상에 올랐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한 기업에서는 성과급을 대폭 줄였고, 국제유가 상승 등에 덕을 본 정유기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실적에 비례해 최대 1000% 이상의 성과급을 지급해 논란을 키웠다.
실제 정유사들은 역대급 실적에 기여한 구성원들 노고에 대한 보답으로 지급하기로 한 구체적 성과급 규모가 알려져 곤혹을 치르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고물가·고금리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사측이 제공한 보상이 이른바 ‘성과급 잔치’로 비치면서다.
지난 4분기 어닝쇼크급 실적을 낸 반도체업계도 높은 성과급을 지급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연봉의 50%를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지급했으며, SK하이닉스도 모든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연봉의 41%를 보상으로 제공했다.
통상 호실적을 낸 대기업들에 성과급은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경기침체 상황에서 기대 이하 성적을 올린 기업들까지 구성원 기 살리기에 나서면서 이 문제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현재 큰 화두다.
특히 삼성전자 내에서도 반도체와 전자부문 성과급 규모 차이에 대해 말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연초 지급되는 경영성과급이 사기 진작 효과보다는 오히려 직원들의 갈등을 부추기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성과급 지급률이 차이가 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성과급을 받은 구성원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커뮤니티에선 업황 악화에 타격을 받은 가전과 TV업계 직원들이 사내 최저 수준의 낮은 성과급을 받으면서 타 부서와 격차를 느끼고 있다는 토로가 이어졌다.
삼성전자 가전사업부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대외환경의 영향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도 전 사업부 직원들이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정작 돌아온 것은 타부서 대비 턱없이 낮은 수준의 성과급으로 이는 사기와 의욕을 떨어트린다”고 지적했다.

국내 정보통신(IT) 업계 대표주자로 꼽히는 네이버에서도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간 8조원대 매출을 기록했고 성과급의 경우 사내독립기업(CIC)별, 직급 인사평가 가중치 등에 따라 지급 규모가 갈린다.
매출은 역대 최대치로 늘었지만, 수익성은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다. 이에 네이버 역시 성과급 문제로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지난달 설 연휴 직전 지급한 성과급이 구성원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탓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3일 실적 발표 뒤 열린 임직원 소통 행사인 ‘컴패니언 데이’에 참석해 “회사 성과 등을 고려한 결과 지난해 인센티브(성과급) 재원을 추가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인원 증가를 고려하면 (성과급이) 줄었다고 느끼실 것으로 안다. 이는 회사 성과와 보상 경쟁력, 직원들의 기대치, 주주가치 등을 반영한 경영진의 의사결정 사항”이라며 주요 경영진들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우리 역시 매우 어려운 상황을 뚫고 나가야 한다”며 “보상 경쟁력은 계속 최고 수준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의사결정과 전략의 변화는 회사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에 경영진과 임원들이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IT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산업계 전반이 침체에 빠졌다. 대규모 감축 얘기가 공공연하게 도는데 성과급도 제대로 줄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며 “ 책상 빼야 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 등 성과급은 둘째치고 생계 보장도 힘들어질 것 같다. 큰 회사들이라고 상황이 더 나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실제 네이버뿐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는 대규모의 인원 감축이 예정됐고, 임직원 보너스 삭감 등이 단행됐다. 구글은 6% 규모의 직원 구조조정을,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는 3월 말까지 1만여명의 직원을 줄이기로 했다.
직원들의 불만이 나오는 등 노사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당장 국내 일부 기업의 노조는 단체행동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위아 등 현대차그룹 일부 계열사 노조는 현대차·기아에 지급된 특별격려금 400만원을 지급해달라고 목소리를 냈고, 오는 16일 창원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미 격려금을 받은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노조는 참석하지 않는다. 현대위아 노조는 “모든 계열사가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회사는 없다. 특별격려금 지급도 똑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처럼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한 성과급과 격려금 지급 논란에 대해 “경제난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졌고, 조직 분위기상 내부에선 연봉 관련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등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요구는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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