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한동현 기자] 이수만 총괄 PD와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의 경영권 다툼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소액주주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이 PD와 라이크기획의 문제점을 지적한 덕이다.
얼라인이 불러온 돌풍은 국내 엔터산업 전반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동안 국내 엔터산업은 소수의 능력있는 프로듀서의 역량에 산업 흐름이 결정됐다. SM 경영진이 선포한 ‘SM 3.0’비전은 이러한 모습을 탈피하겠다는 다짐이다.
물론 이 PD가 그동안 보여준 성적은 대단하다. 그가 키워낸 아티스트들은 아시아 한류를 이끌고 이후 전세계적인 인기까지 얻었다. 하지만 영원히 다스리는 왕은 없다는 말을 반증하듯 최근 SM은 팬과 주주들 모두에게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줬다.
오히려 이 PD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회사 주가가 상승하는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동안 이 PD가 라이크 기획을 통해 가져간 회사의 이득이 회사 가치를 저해하는 요소였다는 분석이다.
회사 내부에서도 이 PD의 경영 방식에 대한 반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이 PD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 오히려 얼라인의 개입으로 SM 3.0을 선포한 것에 박수를 보냈다.
일부 이사진들이 이 PD의 배제에 반발하기도 했다. SM 소속 가수 겸 배우 김민종이 직원들에게 이 PD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보냈다. 직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SM은 그동안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서 산업 흐름을 주도했다. 이제 회사는 옛 영광에 머물지, 아니면 경험하지 못한 ‘광야’로 나아갈지 기로에 섰다.
SM 3.0 비전의 실현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엔터산업 소비자인 팬덤이 보는 시각과 제작사가 보는 입장이 다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회사가 제시한 1년에 2팀 이상 신인 아티스트가 데뷔를 두고 팬덤에서는 기존 가수에 대한 케어 미비 등을 우려한다.
팬들은 자기 가수가 방치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 아직 벌어지진 않은 일이지만 연예기획사와 가수와 팬덤의 미묘한 관계를 감안하면 고민해볼 지점이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하면 SM이 겪을 진통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이 PD의 주식매각 가처분 신청과 3월 주총에서의 경영권 분쟁도 예고됐다. 얼라인이 제공한 회사 혁신의 기회는 쉽게 얻은 것이 아니다. SM이 새로운 비전을 내세우고 다시 K팝을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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