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최석범 기자]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꼴이다. 국내 애플페이 도입과정을 보면 딱 그렇다. 도입의 물꼬는 현대카드가 텃지만, 경쟁사들도 계약만 하면 애플페이 서비슬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애플페이가 곧 한국에 상륙한다고 한다. 금융위원회가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미 현대카드는 축제 분위기다. 현대카드 본사 로비에 사과를 쌓아두고 임직원에게 건네는가 하면, 정태영 부회장은 본인 인스타그램에 애플을 상징하는 먹다 남은 사과 사진을 올렸다.
다만, 도입과정과 결과를 보면 속내는 썩 좋지 않아 보인다. 현대카드는 국내서 애플페이를 독점 제공해 카드업계 판을 흔들어 보겠단 계획이었을 터다. NFC 보조금 지급 같은 초기 사업비가 들지만, 국내 스마트폰 유저의 35%를 차지하는 아이폰 사용자만 유입하면 남는 장사다.
하지만 행복회로는 금융위원회의 제동과 함께 중단됐다. 현대카드가 대형 가맹점에 NFC 호환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리베이트에 해당돼 여신금융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다.
결국 현대카드는 독점계약자 지위를 포기하는 대신 애플페이 도입을 허가 받았다. 이는 경쟁사도 애플과 계약을 체결하면 국내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1년 독점권을 기반으로 결제단말기를 깔고 아이폰 유저를 락인(Lock-in)하겠다는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독점이 경쟁력을 가지는 이유는 시장에서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독점계약권이 없는 현대카드의 애플페이는 장점이 반감될 수 밖에 없다. 현대카드가 임직원에게 사과를 나눠주면서도 웃을 수 없는 이유다.
다행인 점은 경쟁사가 곧바로 애플페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애플과 계약 조건을 조율하고 체결하는 시간은 현대카드에게 골든타임이다. 곰이 왕서방 대신 돈을 가지는 일이 벌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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