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솜방망이 처벌’ 말 그대로 잘못을 했지만 맞아도 안 아프다는 뜻이다. 맞아도 안 아프니 같은 잘못을 또 저지를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3일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에 과장광고를 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테슬라는 배터리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를 부풀려 광고했다.

테슬라는 2019년 8월16일부터 최근까지 국내 홈페이지에서 “1회 충전으로 OOO㎞ 이상 주행 가능”이라고 설명해 어떤 조건에서든 OOO㎞ 이상 주행이 가능한 것처럼 소개했다. 공정위 조사결과 해당 광고 내용은 상온·도심 조건에서만 가능한 걸로 나타났다. 대부분 주행 조건에서는 광고보다 주행거리가 짧았다. 특히 저온·도심에서는 주행거리가 광고보다 최대 50.5% 감소했다. 소비자를 속인 것이다.

테슬라의 이번 건은 더 괘씸하다. 미국 홈페이지에서는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를 최대(up to) 수치로 광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테슬라에 부과한 과징금은 28억원이다. 허위·과대 광고가 노출된 기간에 팔린 테슬라 전기차의 국내 매출액은 약 2조8000억원에 이른다. 2년 넘게 국내 소비자를 기만하며 자동차를 판매한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에 다시는 그러지 말라며 시정을 요구하면서 내린 벌로는 너무 적지 않은가. 관련 법규상 최선이었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공정위는 더 강하게 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었다.

‘표시광고법’과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사업자 등에 대한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 등에 따르면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일 경우 매출액의 2.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테슬라에 최대 570억원의 과징금 부과가 가능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매출액의 0.1%만 과징금으로 부과했다. 솜방망이를 들고 휘두른 게 아닌가.

기업이 소비자를 속여 물건을 판 게 중대한 위반행위가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 중대한 위반행위인가.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게 공정위의 역할이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권한도 주어졌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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