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태 기자
김익태 기자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최근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국내시장에서 가격 인상 횟수를 늘리고 있다. 연초 인상은 기본이고 1년에 4~5차례씩 올리는 명품도 있다. 인상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것이다.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내수 침체기에도 매출이 급증했다. 국내 백화점 명품 매출 비중 역시 2019년부터 지속 상승했다. 해외여행 등이 막히자 억눌러온 소비 욕구를 명품 소비로 해소한 것이다.

가격 인상을 해도 수요가 따르니 명품기업들은 국내 소비자의 눈치를 볼 일이 없다. 각종 핑계를 대면서 몇 달에 한 번씩 가격을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상 전 주문 건을 강제로 취소시키거나 추가금을 요구하는 갑질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최근 프랑스 명품 브랜드 고야드는 인기 핸드백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선 ‘연간 300만원 이상’ 구매 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정책을 내놨다. 에르메스 역시 연간 수천만원의 구매 실적을 쌓은 고객에게만 특정 인기 제품을 판매해 ‘돈이 있어도 못 산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이런 갑질에도 명품 수요는 늘고 있다. 여전히 명품 인상 소식이 들리면 아침부터 매장 앞에서 줄을 서는 오픈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명품 구입액은 168억달러(약 20조9000억원)이며 1인당 명품 소비는 325달러(약 40만원)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쯤되면 ‘호갱(호구+고객)’이 되겠다고 자처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명품을 소비하는 것은 비난할 수 없다. 다만 시장 특수성을 이용해 배짱 장사를 하는 명품업체의 갑질 행위까지 눈감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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