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음식 문 앞에 놓고 문자 주세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선택할 수 있는 기본 요청사항이다. 기자도 필수로 선택하는 옵션이다. 배달원에게 나만의 공간을 노출하기 싫기 때문이다.
안전도 문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여자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면 일부러 벨 누르고 기다리고 있다”, “음식 시켜먹고 핸드폰 봤는데 카톡 친구에 뜨더라. 프로필 사진이 배달 오토바이 앞에서 찍은 셀카였다” 등의 비슷한 경험담이 속출했다.
1인 가구 수가 급증하면서 배달원으로 위장해 침입하는 등의 범죄 피해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2018년 부산, 2019년 서울에서 범죄 전력이 있는 배달기사가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몇몇 사례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또 지난해 10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자감독 관리 대상자(전자발찌 착용) 중 일용직에 종사하는 인원은 지난해 8월 기준 663명이었다. 당시 조 의원은 일용직 중 상당수가 배달라이더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가 주문한 음식이 범죄자가 배달한 음식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런 우려가 나오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은 성범죄자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배달 업무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의 약관을 오는 14일부터 시행한다.
개정된 약관에 따르면 배민커넥트에서 배달을 하려면 마약범죄, 아동 및 청소년 관련 범죄, 성범죄, 특정강력범죄 등의 전과가 없어야 하고 배달 계약기간 중에도 범죄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문제는 약관이 개정돼도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배민은 범죄경력을 조회할 권한이 없다. 라이더가 자발적으로 범죄경력을 알리고 계약 해지를 하지 않는다면 배민은 범죄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결과적으로 이같은 약관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관련 법의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이런 허점을 메꾸기 위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일부 개정법률안’ 등 4건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2년가량 계류 중이다.
배달앱의 성장과 함께 배달대행 서비스가 활발하게 이용되는 있는 만큼 소비자가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방향의 제도적 조치를 기대한다.
- [기자수첩] 안심할 수가 없다
- [기자수첩] 요즘시대에 부실시공?, 양심 팔지 마라
- [기자수첩] 챗봇GPT 열풍, 우리도 따라잡을 수 있다
- [기자수첩] '위기의 삼성' 신성장 동력 마련이 절실하다
- [기자수첩] 빙그레·롯데제과 배짱 가격인상, 소비자는 봉인가?
- [기자수첩] '노 마스크' 방심은 금물이다
- [기자수첩] 건설노조와의 전쟁, 확실한 승리 따내야
- [기자수첩] 카드업계의 곰과 왕서방
- [기자수첩] K-배터리 강세 '일장춘몽' 되지 않기를
- [기자수첩] 기회 얻은 SM, 광야로 나아갈 수 있을까
- [기자수첩] 솜방망이 처벌, 기업 안바뀐다
- [기자수첩] '명품 호갱'은 선택이지만, '배짱 인상'은 비난받아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