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압박에 엉킨 실타래, '메모리' 핵심거점 잃을 수도
중국 출장에 이목 쏠려… 현지 고위당국자 접촉할 듯
사업유지 의사 타진 등 대응방안 공동 모색 가능성↑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과 중국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 다툼 속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보조금 세부조항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된 상황에 이재용 회장이 메모리반도체 생산 비중이 높은 중국사업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반도체지원법(CSA)의 투자 보조금을 받으면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중국에 메모리반도체 사업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가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었고, 구체적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중국 시안공장에서 낸드플래시 제품 40%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기술과 공정 업그레이드에 대한 투자에 전면적 제한이 아닌 어느 정도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고비 넘겼다는 평가지만, 중국 사업에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문제는 5%룰이다. 업계에선 최근 반도체 업황 침체기로 글로벌 수요가 줄어 당장 영향은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량 확대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국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업황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시장 리스크까지 겹치며 이 회장의 고심도 커졌다. 반도체 최대 수출시장 중 한 곳인 중국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처럼 무거운 분위기 속 그는 지난주 일본 출장에 이어 중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25~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발전포럼(CDF)에 초청받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에 응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에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을 위한 폭주에 중국을 찾는 의미는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재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일종의 경고성 의미로 미국 주도로 이뤄지는 공급망 재편 과정에 더는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비쳐질 수 있다”며 “중국 당국의 고위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주요 행사인 만큼 회사가 처한 상황을 전하고, 앞으로의 사업 방향성 논의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 일본 출장 당시 도쿄에서 열린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에서 기자들과 만나 “살아보니까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적은 적을수록 좋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일 관계 회복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인 동시에 중국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글로벌 반도체사업에 있어 삼성전자가 중국을 적으로 돌리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이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도 2020년 시안 반도체 공장을 직접 챙기는 등 애착을 드러냈다.
해당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중국을 방문한 글로벌 기업인은 이 회장이 최초였다. 글로벌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았지만, 그는 현장에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대응방안 전략 모색 등을 진두지휘했다.
실제 이 회장은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현지에 구축해 놓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 외국인 입국을 금지한 중국 정부를 설득해 2공장 증설을 위한 삼성전자 반도체팀 파견을 성사시켰다.
최근 미국 정부가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시점에 나온 이 회장의 중국 출장설에 재계는 기대를 걸고 있다. 시기상으로도 시진핑 주석이 3연임이 확정된 이후로 방문이 성사되면 중국 지도층에 강한 인상을 심어줄 것이란 관측이다.
과거부터 중국 중앙정부는 반도체 분야에서의 양국 협력 강화 의사를 지속 내비쳐왔다. 이 경우 미국에서도 한중 간 밀착을 마냥 두고 보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더 큰 유인책이 나올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중국 출장에 가장 큰 목적은 미국으로부터 메모리반도체 분야의 현지 설비 투자 확대 등을 받아내는 것이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중국 측 정·재계 관계자들과 만나 규제와 관련된 문제를 함께 점검하고, 공동으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에 반응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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