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와인매장 열고 주도권 경쟁
와인 대중화에 성장 가능성 확대
유통가 유명인사들이 와인사업에 꽂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유통 오너들의 와인사랑이 사업 성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유통 ‘빅3’가 와인시장을 놓고 격돌하고 있다. 시장 성장 가능성이 커진데다 소비층이 2030세대로 확대돼 고객과 매출 모두 잡을 수 있는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와 신세계는 자사 대형마트를 통해 각각 ‘보틀벙커’와 ‘와인클럽’을, 마트가 없는 현대백화점은 아울렛을 통해 ‘와인리스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와인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해외 와이너리 인수 및 대규모 와인 점포를 개점하는 등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와인에 꽂힌 유통 큰손들
와인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건 신세계다. 신세계그룹의 와인사업은 정용진 부회장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와인애호가인 정 부회장이 와인 대중화를 위해 2008년 와인 수입유통사인 신세계L&B를 설립하며 일찌감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신세계L&B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이마트24 등 주요 계열사에 와인을 공급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5월에는 하남 스타필드 지하 1층에 500평 규모 주류 종합 매장 와인클럽을 오픈했다. 이 매장 역시 정 부회장이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와인 생산지별로 매대를 구성해 국내에서 보기 드문 희소 와인부터 가격이 저렴한 데일리 와인까지 전문가와 대중을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상품 스펙트럼을 갖췄다는 평을 듣는다.
와인에 대한 각별한 사랑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못지않다. 롯데의 와인 역사는 유통 3사 중 가장 길다. 45년 역사를 지닌 국내 최장수 와인 브랜드 ‘마주앙’도 보유 중이다. 신 회장은 와인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1년 말 롯데마트에 주류 전문 매장 보틀벙커를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대형마트 매장 1층 입구를 와인 매장으로 채운 사례는 업계 최초였다. 약 400평에 달하는 매장 규모 역시 국내 최대였다. 보틀벙커는 1호점인 제타플렉스점에서만 4개월 동안 60억원의 매출을 올려 화제가 됐다. 제타플렉스점에 이어 창원과 광주에도 오픈한 롯데마트는 올해 서울역점에 보틀벙커 4호점을 열 계획이다.
후발주자로 꼽히는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와인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와인 수입사 비노에이치를 설립하며 와인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노에이치는 현재까지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이너리 10여곳에서 와인 100여종을 국내에 들여왔다. 추후 수입 품목을 300여종까지 확대해 내년 연매출 3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젊은 소비층 사로잡기 분주
이처럼 유통업계 총수들이 와인시장에 꽂힌 까닭은 2030 젊은 소비층이 와인의 주 소비 세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와인시장 규모도 꾸준히 성장 중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와인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2조원까지 성장했다.
소비량도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와인소비량이 1인당 0.8병이었다면 지난해에는 1인당 2병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 와인소비량(1인당 2병)은 일본(1인당 5병)에 비해서도 크게 적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게 업계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 이전까지는 와인 전문 수입사가 시장을 주도했다면 현재는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유통 대기업들이 팔을 걷고 나서고 있다. 일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기호식품에서 대중화되는 등 와인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단순히 완제품을 수입하던 것에서 벗어나 해외 와이너리를 인수해 생산부터 판매까지 담당하는 수직계열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통 대기업들의 오너가 직접 나서는 사업 중 하나가 와인사업”이라며 “국내 2조원 규모의 와인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단독 상품을 유치하고 매장을 대규모로 키우는 등 시장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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